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등학교 폐지를 두고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계에 엇갈린 신호를 보내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면 발언을 취소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자사고·외고 폐지와 관련해 “급격한 변화에 따른 예고되지 않은 불이익을 줄이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단기적 전환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를 두고 ‘조 교육감이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상수 시교육청 대변인은 “해당 기사는 조 교육감의 발언 취지와 다르다”며 “조 교육감은 기본적으로 자사고·외고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다만 일괄폐지라는 것의 정의가 모호할 뿐 아니라 자사고·외고 폐지 문제를 전국 단위로 볼 것이냐, 서울에 국한할 것이냐에 따라 논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재지정 취소 방식보다는 교육부 차원에서 시행령을 개정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또 전국단위 자사고 폐지 여부는 시교육청 권한 밖의 일인 만큼 서울시내 자사고 폐지에 대해서만 찬성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대한 반박자료 배포 여부를 두고도 ‘설왕설래’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과거에도 자사고·외고 폐지에 대한 모호한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겼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자사고·외고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자 곧바로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가 자사고 학부모와 교장 등이 반대하고 나서자 “자사고·외고 폐지는 교육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한발 물러선 것이 대표적이다. 또 자사고 운영평가 심사와 관련, “행정적 합리성을 가지고 심사하겠다”고 해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 방침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교육계에서 “교육감이 선거를 앞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혼란이 가중되자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교육 당국은 조속히 자사고·외고 폐지 등 교육현안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 혼란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외고·자사고·국제고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 공약과 일부 교육감 발표에 갈등·혼란이 거듭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교육부는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눈치만 살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외고와 국제고 학부모들은 이화외고에서 회의를 열어 “정부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일방적인 지시와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며 외고·국제고에 대한 폐지 정책을 당장 중지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