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송 된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29,30회에서는 과거 부모님 사건을 알게 된 은봉희(남지현)가 노지욱(지창욱)에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 겨우 연애 3일차.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어도 모자랄 시간에 두 사람에게 닥쳐온 시련은 한겨울 추위보다 더 가슴 시리고 잔혹했다.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이별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지봉커플의 애잔한 헤어짐은 극을 더욱 짠하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차오르는 눈물, 갈 곳 잃은 눈동자, 가슴 찡한 나레이션까지 매 순간 남지현은 은봉희 그 자체였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사랑스러움으로 미소를 짓게 만들다가도 그 얼굴 위로 순식간에 어둡고 짙은 감정을 덧씌운다. 남지현은 아픔, 혼란, 슬픔 등 하루에도 수십 번 널뛰는 봉희의 감정변화를 한층 더 깊어진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시청자의 심금을 울림과 동시에 그녀의 매력 속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 당겼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딸과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두 가지 입장을 오가는 남지현의 열연이 강렬한 몰입을 선사한 한 회였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데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봉희의 사랑 앞에는 계속해서 가시밭길이 펼쳐지고 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지욱에게 영양주스와 모닝뽀뽀를 건네지만 거절당하고 정체 모를 불안감과 밀려드는 서운함에 스스로 위안을 건네는 봉희의 모습은 애잔함을 자아냈다.
여자의 육감, 날카로운 직감이 이토록 애처로울 줄 몰랐다. 봉희는 자꾸만 자신을 밀어내는 것 같은 지욱의 태도에 상처 받던 그 순간, 법정 안에서 불현듯 머리 속을 스치는 기억에 넋이 나간 듯 혼란스러워했다.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법정을 빠져나가 엄마와 통화를 할수록 자신의 의심이 점점 더 확신이 되어감을 알아차리며 변화하는 봉희의 눈빛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그녀를 한없이 뒤흔들어 놓았다. 특히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1분 1초라도 더 그를 눈에 담으려 애쓰는 봉희의 모습은 눈시울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남지현은 유예라는 단 한 단어 말과 손짓만으로 시청자들을 눈물 짓게 만들었다. 과거 화재 사건이 비록 오해라 할지라도 봉희는 지욱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다. 미루고 또 미루고 싶은 순간 자신의 입으로 이별을 말하며 꼭 마주 잡은 그의 손을 억지로 밀어내는 단순한 동작에서마저 남지현은 애써 아픔을, 눈물을 참아내고 있음을 표현해냈다. 그만큼 캐릭터와 완벽하게 동화 된 남지현이었기에 헤어짐을 말하는 봉희의 모습이 더욱 가슴 아플 수 있었다. 남은 회 차 동안 그녀가 그려낼 봉희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20여 년 전부터 이어져온 장무영(김홍파)과 은봉희, 노지욱과의 악연이 공개되면서 과연 오랜 시간 악연으로 얽힌 세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