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아름컴퍼니’라는 회사 이름을 내걸고 혼자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만 해도 아는 연습생도 아무도 없었던 낯선 환경이 그에게는 많이 무서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 스태프들을 비롯해서 같이 합숙하는 연습생들의 배려 덕분에 두려움도 금방 사라졌다고.
순위 발표식에라도 참석해서 떨어진 친구들을 안아주면서 위로해주고, 통과한 친구들에게는 꼭 데뷔하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는 말만 들어봐도 김태민이 얼마나 이 프로그램과 연습생 친구들을 아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김태민은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마지막 생방송 무대에 참석해 최종 11인에 든 연습생들을 향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한 번 쯤은 품어봤을 법한 센터 욕심도 없이 그저 순간순간을 재밌게 즐긴 김태민은 언뜻 보면 서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데뷔의 꿈까지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김태민은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로 여기며 이 프로그램을 임했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하면서 제 자신을 이겨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저 스스로와 경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 나가는 제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요”
특히, 그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무대는 바로 포지션 평가 때 선보였던 ‘겁’ 무대다. 김종현, 라이관린, 장문복과 함께 팀을 이뤄 무대에 올랐던 김태민은 이전의 밝은 모습은 지우고 진중하고 무게감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했다.
“‘겁’ 무대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의 마지막 무대기도 했고 다른 때보다 준비도 많이 했던 무대였거든요. 3일 동안 연습을 했는데 가사를 두 줄 밖에 외우지 못했었어요. 한 글자, 한 문장, 더 좋은 가사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수정을 했거든요.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죠”
그동안 자신이 해오고 싶었던 마음 속 이야기들을 풀어낸 만큼, 진정성 면에 있어서는 기성 작사가들의 가사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 본 가사였던 탓에, 기교적으로 미숙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같은 팀원이었던 김종현이나 장문복의 도움이 컸다.
처음에 가사를 쓸 때는 장문복이, 수정할 때는 김종현의 도움이 컸다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던 김태민은 꼭 데뷔하기를 바랐던 김종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종현이는 동갑이긴 한데 리더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형 같았어요. 도움도 많이 줬고, ‘실수해도 된다’, ‘연습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응원도 많이 해줬죠. 종현이의 말에 힘을 많이 얻었어요. 그래서 종현이가 생방송 무대까지 갔을 때 꼭 11명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날도 순위는 점점 좁혀지는데 종현이 이름이 안 불리니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물론 저 역시 결과는 아쉽지만, 잘하는 친구니까 분명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행운도 뒤따랐지만, 나 자신과 싸워왔던 지난 3개월은 김태민에게는 분명 전환점이 됐다. 무대를 서는 것도 처음,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도 처음,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었던 시간들이었지만 3개월의 몇 곱절 이상의 추억들을 남겼다. 이는 앞으로 김태민의 행보에도 좋은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게 다 처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제 모습을 느끼면서 스스로 굉장히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제 자신한테 신기하기도 하고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촬영하는 내내 정말 재밌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고요. 이 마음 잊지 않고 어디서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