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위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5월에 급하게 출범하다 보니 올해는 큰 규모의 조세개혁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최소한의 개혁만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 감면 축소 △고소득자 상속증여세의 공제 축소 △주식 양도차익과 이자·배당소득에서 부분적인 과세 확대 △빅데이터를 이용한 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 정도만 추진된다. 대기업의 경우 이에 따라 1조원 정도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기존 세제 지원을 줄이는 수준이어서 직접적인 타격은 아니다.
이를 넘어선 큰 규모의 증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바꿔 말하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 내년부터는 법인세 인상, 보유세 손질 등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정기획위는 실제 본격적인 조세개혁과 부자증세를 위해 올 하반기에 전문가와 각계 대표로 구성된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서 무게감 있는 조세개혁 과제들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의 법정세율 인상, 부동산보유세 조정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적인 부자증세로 거론되는 것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 캠프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높이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최고세율 인상 방안은 여당이 이미 국회에 발의한 상태이기도 하다.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기 위한 부동산보유세 강화나 양도세 중과 역시 주요 증세 카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0.79%인 보유세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국정기획위는 “어떤 세제 항목을 특위에서 논의할지 여부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발을 뺀 상태이지만 이날 부자증세를 못 박은 만큼 법인세·보유세 인상 등은 시기의 문제일 뿐 추진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위에서는 그동안 조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경유세·주류세나 근로소득세 면제자 축소 같은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들 과제는 서민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인데 정부가 밝힌 ‘부자 증세-서민 감세’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국가 세수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구조여서 부자증세를 한다고 한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근로소득세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세수의 75.9%를 부담하고 있으며 법인세는 상위 10% 법인이 91.7%를 내고 있다. 강 원장은 “기왕에 조세정의 실현을 선언했다면 부자증세뿐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 각종 비과세·감면이 과다한 점이나 면세자 비중이 높고 개인사업자 세원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점 등까지 총체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을 당장 올해 국회에 제출할 세제 개편안에 다양한 방안으로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10%인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인다. 20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하는 경우 소액 연체한 세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또 고용 근로자의 임금을 늘렸을 때 증가분의 일정률을 공제하는 ‘근로소득증대세제’ 역시 소기업·소상공인에 한해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영세 음식업자가 면세 농수산물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의제매입세액 공제는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