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협조를 얻어 시작하려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가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의 시급성을 고려해 가능한 상임위부터 상정 일정을 잡으려 했지만, 두 야당은 민주당이 성급하게 강행했다며 협조를 거부해 일부 상임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 약속을 놓고 진실공방 양상으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사청문 대치정국과 맞물린 추경 해법 마련에 험로가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9일 추경 예산 심의를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민주당의 요구로 회의가 열리긴 했지만, 추경 심사 참여마저 거부한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도 참석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실업의 심각성 등을 강조하며 야당에 추경 협조를 촉구했다.
정무위 이진복(자유한국당)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불참을 거론하며 “간사단 협의를 진행하고 추후에 다시 회의 일정을 잡는 것이 좋겠다”며 산회했다.
이날 오후 추경 논의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도 예정됐지만, 야당 의원들이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과 관련한 13개 상임위에서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8곳을 중심으로 추경 심사를 착수할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두 야당의 확실한 협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협조 약속’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날 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은 21일에 국민의당이 이번 주에 추경 심사에 돌입하겠다던 약속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추경 심의를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태도를 분명히 해달라”고 지적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국민의당은 원내대표나 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수준의 회동 등 어느 회동에서도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추경을 심사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벽했다. 추경 심사에 우호적인 바른정당도 ‘일방통행식 진행’에 불만을 드러냈다.
바른정당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자기들끼리 개의 요구서를 냈고 상의도 없이 어제 문자로 통보했다”며 “말로는 추경이 급한 듯이 하면서 (상의나 협조 요구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추경이 국회에 넘어온 지 20일 넘게 계류된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지만 상임위 가운데 상정 일정이 잡힌 곳이 단 한 곳도 없어 고심이 커지고 있다.
두 야당의 협조를 얻어 심사에 착수하더라도 공무원 증원 등에 야권이 반대해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주 인사청문 정국에서 야권이 ‘부적격 후보’를 앞세워 추경과 인사청문을 연계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7월 본회의가 열리는 11일까지 처리를 하려면 5일까지 상임위 심사·의결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며 “추경 심사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심사 때까지 기다려서 하자고 하면 하지 말자는 얘기라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