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 문턱이 다소 낮은 간편고지 방식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고객이라도 뇌출혈이나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진단 받았다면 보험 약관에 따라 진단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만약 고비를 넘긴 후 또다시 같은 질병이 발병해 진단을 받았다면 보험사에서 진단비를 받을 수 있을까. 2016년 7월 이전에는 국내에서 간편고지로 두번째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은 없었다. 동부화재의 참좋은 가족건강보험이 지난해 7월 출시되면서 간편고지 상품에서 재진단암과 두번째 뇌출혈, 두번째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를 보장하는 보험이 국내에 등장하게 됐다.
이 보험의 탄생을 이끈 이는 윤석준 동부화재 장기업무팀장(상무)이다. 윤 상무는 노령층이나 병이 있는 고객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고령화 흐름을 간파해 상품의 가입단계에서부터 보장 내용 까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보험개발을 이끈 공로로 ‘2017 서경 참보험인’ 대상에서 상품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참좋은 가족건강보험은 이미 업계에서 서비스의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보험신상품 심의를 통해 보장내용이나 서바스가 독창적일 경우 해당 보험사에 일정 기간동안 배타적 사용권을 보장한다. 만약 어느 신상품이 배타적 사용권을 받았다면 이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해냈다는 방증이다. 참좋은가족건강보험의 경우 간편고지 상품이 두 번째 진단비를 지급하는 새로운 위험률을 적용했다는 점으로 지난해 7월 손보 신상품심의위원회로 부터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았다. 기존 보험이 암 최초 진단에만 암진단비를 지급하던 것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보험 소외 계층은 그만큼 지속적인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윤 상무는 이 상품에서 보장 내용을 넓히는 동시에 고령자 고객의 가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기존 상품은 보험가입시 3개월 이내 치료나 투약 기록, 질병의심 소견이 있는지부터 3개월 이내 약물 상시 복용 여부, 5년 이내 치료이력 등 5가지 항목을 고객에게 요구했다. 참좋은가족건강보험은 3개월 이내의 의사소견, 2년 이내 수술 입원력, 5년이나 암 치료력을 묻는데 그친다. 질문의 수는 물론 요구하는 정보의 양을 과감히 줄였다. 고령층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의도를 가입단계에서도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현재까지 윤 상무의 시도는 맞아떨어졌다. 동부화재의 다른 보장성 보험군 가입자의 연령대는 50세 이하 비중이 53.1%지만 참좋은가족건강보험의 경우 14.8%에 불과하다. 나머지 85.2%는 50대 이상이다.
블루오션인 건강한 고객의 수요도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이 상품은 건강한 우량 가입자라면 일반 가입자보다 최대 65% 수준, 검사 결과가 우량가입자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비흡연자라면 일반 가입자의 85% 수준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 상품은 출시 10개월여 동안 누적 판매 91억5,000만원을 기록해 동부화재의 비 종합형 상품 가운데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윤 상무가 개발을 이끈 또 다른 상품인 동부화재 참좋은종합보험 역시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갱신형 계약도 보험료 납입을 면제 받을수 있도록 설계해서다. 기존 납입 면제는 비갱신형에 한정됐지만 이 상품은 갱신형 계약 보험료도 납입면제 사유가 있으면 보험료를 추가 납입하지 않더라도 최대 갱신기간까지 보장을 이어준다.
특히 참좋은 종합보험의 경우 또한 ‘IFRS17’이라는 보험업계 최대의 경영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FRS17의 특징은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이 가입 시점이 아니라 평가 시점의 이율과 위험률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 보험가입이 이뤄질 때 뿐 아니라 중간 중간 계속 부채평가를 해야 하므로 처음부터 손익을 예측할 수 있는 상품 구조를 짜는 일이 중요해진다. 윤 상무는 참좋은가족보험에 ‘연만기’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 같은 숙제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기존 종합형 보험은 가입자가 특정 나이가 될 때까지 보장하는 구조(세만기)로만 판매해 초장기 보험이 많아 손익 예측이 어려웠다. 이와 달리 윤 상무는 참좋은 종합보험을 세만기는 물론 10년, 15년, 20년 등 연만기로 설계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지고, 보험사는 리스크를 관리할 여지가 그만큼 커진 윈윈 형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