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학생들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논란을 어떻게 볼까?
“학업적인 출발선부터가 다른 것 같아요. 대학의 영어 강의나 토론식 수업에서도 달라요. 일반고에서는 그런 경험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까 저는 더 위축되는 편이고요” (문승일·성균관대 교육학과 1년)
“학창시절 경험의 폭 자체가 일반고를 나온 저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정유나·서강대 심리학과 1년)
지난 27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21층에서 열린 ‘일반고 전성시대’ 토크콘서트에서는 일반고 졸업생 30명 가량이 일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별한 기회가 마련됐다.
이들이 제안한 일반고 정책방향에는 ‘일반고에서도 다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일반고를 졸업한 이수정양은 “일반고에도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심화교육’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심화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안은 참석자 사이에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단순히 모든 고등학교를 같게 만드는 식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심화교육, 다양한 진로교육, 토론식 수업방식 등 입시 외에도 자사고를 선택하게끔 만드는 수요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사고, 특목고가 사라져도 고교 서열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015년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팀이 서울 일반고 183곳 중 80%인 148곳의 1∼2학년 1만7,373명을 대상으로 일반고 위기 정도에 대한 인식을 4단계로 조사한 결과 ‘전혀 문제 없음’이라고 답한 학생은 1.4%이고 ‘문제가 있음’은 42.6%, ‘약간 심각한 위기’는 41.0%를 차지했다. ‘매우 심각한 위기’라고 응답한 학생도 16.2%에 달했다. 일반고가 겪는 위기의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학생 자치활동, 동아리 활동이 형식적이다(63.4%) △중학교 성적이 낮은 학생이 많이 진학했다(52.1%)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이 낮다(52.2%)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