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재판이 박 전 대통령측이 갑작스런 건강 악화를 호소하면서 갑자기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30일 오후 6시께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박 전 대통령은 갑자기 그대로 팔을 베고 엎드렸다. 변호인측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재판은 잠시 멈췄고 잠시 후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측이 건강 이상을 알려 더 이상 재판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이대로 이날 재판을 끝냈다. 올해 66세인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중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고령의 피고인이 주 4회 재판을 진행하면서 심신이 많이 지쳐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 동의를 얻어 오늘 마무리하지 못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다음달 6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이상철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어지러워 했다”며 “재판을 오래 해 피로 때문인 것 같다”고 박 전 대통령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박 전 과장을 증인으로 불러 그의 업무수첩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재판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도 뇌물공여 혐의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나왔다.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한 것은 지난 5월23일 첫 공판 이후 38일 만이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롯데 뇌물 사건을 집중 심리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과장 등은 지난해 3월17일 최씨로부터 롯데의 지원 사실을 전해 듣고 기획안을 만들었다. 박 전 과장은 “최씨가 지원 금액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인터넷으로 자료를 짜깁기해 사업기획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과장은 3월22일 기획안을 들고 롯데 관계자와 만나 ‘하남 엘리트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14일 신 회장과 독대하며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요구했고 신 회장은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 등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현금 대신 건물을 직접 지어주겠다고 협상을 시도했는데 뇌물이었다면 그렇게 협상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과장은 최씨측 이경재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부터 4개월이 지난 3월 말에 업무수첩을 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을까봐 수첩을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수첩을 다 보이면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