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한 양국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로 시작된 양국 정상의 만찬은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5분이나 길어진 125분간 이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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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쳐 총 180분에 육박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최단기간인 46일 만에 미국 정상과 만나 북핵 해법을 놓고 양국 간에 형성됐던 난기류를 크게 해소시켰다.
미국에는 보수, 한국에는 진보 성향의 새 정부가 각각 새로 출범한 탓에 동맹관계 균열이 우려됐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오랜 절친을 만난 듯 금세 신뢰를 쌓고 굳건한 우의를 다졌다.
두 대통령의 첫 만남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상견례 및 공식환영 만찬 행사를 통해 이뤄졌다. 오후6시 무렵 행사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활짝 웃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5초가량 악수를 나누었다.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만찬장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을 모두 존경한다”며 환대했다. 이어 지난 5월 대선 결과에 대해 “대단한 승리”라고 평가하며 문 대통령에게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북한 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위대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며 대통령 또한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서로에 대한 호감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28일) 콴티코의 ‘장진호전투 기념비’에서 문 대통령께서 하신 연설을 봤다.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며 “연설에 대한 칭송의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기념비 헌화식에서 장진호전투에서 희생했던 용사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의 연설을 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임 후 있었던 경제적 성과에 대해 축하 드린다”며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역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호평했다. 이어 “한국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시킨 나라 역시 미국”이라며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해 만찬장을 한층 화기애애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방명록에 “한미동맹, 평화와 번영을 위한 위대한 여정”이라고 글을 남겼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매우 좋은 만남”이라고 소감을 올렸다.
만찬장에서는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정착, 양국 간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방안 등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됐다.
당초 29일 만찬은 1시간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35분 더 늘어 2시간 5분 만에 종료됐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대북 및 통상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많이 물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문 대통령이 화답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궁금증이 많이 해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이후 문 대통령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고 한다.
만찬장에서 쌓은 친분은 이튿날 정상회담의 성과로 이어졌다. 두 대통령은 최대 현안인 안보현안 등에서 시각차를 해소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힘의 우위를 바탕을 둔 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장에서부터 논의했던 양국 간 공정거래 향상 방안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큰 틀에서 공감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현재 양국의 이익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고 평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향으로의 개선 필요성을 이야기해온 만큼 앞으로 한미 FTA의 개정을 통해 양국 간 이익의 균형추를 다시 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DC=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