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당초 외교통상 분야에서 양측의 적지 않은 시각차가 우려됐던 만남이었던 만큼 회담이 무탈하게 종료된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만남을 통해 트럼프의 신뢰를 얻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유화적 대응 덕분에 체면을 세우게 됐다.
특히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이견 없이 단호하고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 한반도 안정의 안전핀으로 작용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동맹국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외교와 안보·경제적 조치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직면한 공통의 위협으로 북한 정권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꼽았다. 이에 대해 “확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기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비판적 견해를 보여왔던 문 대통령의 시각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언론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강력한 안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압도적인 억제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양국은 대북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견이 없이 단단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음을 과시하게 됐다. 문 대통령도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안보에 관한 양국 정상의 발표 내용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다. 테러리즘 문제 등 범세계적 도전에 함께 대응한다는 대목도 곁들여졌다. 이는 우리 군의 능력이 내해와 내륙에만 국한되지 않고 범위를 더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향후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참여정부 때부터 군 일각에서 공론화돼온 ‘대양해군론’과 장기간 은밀한 작전을 위한 ‘원자력잠수함 확보론’ 등에 한층 힘이 실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 같은 의견 일치의 이면에는 비용분담이라는 민감하고 불편한 이슈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주한미군 주둔의 비용이 공정한 부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둔비용의 (한미 간) 분담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있고 앞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한국 측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인상을 공개 압박한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발표 발언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진 않음으로써 향후 미국 측의 요청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했다.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불안 이슈로 꼽혔던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트럼프가 직접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문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전략적으로 얻은 실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방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군의 독자적 방위역량 증진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한미 양국 간 방위산업기술분야 협력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양국 간 협의가 보다 진전될 경우 우리 군이 추진 중인 국산 준(準)스텔스 전투기인 ‘보라매(KF-X)’와 대북 탄도미사일방어 및 응징체계를 위한 미사일요격기술에 대해 미국 측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해당 기술에 대해서는 기존 정부에서도 협력이 진행돼왔으나 오바마 정부와 의회 등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실제 기술제공을 미루거나 약속을 지키는 데 미온적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 부분에서 트럼프 정부로부터 보다 전향적인 협조를 이끌어낸다면 정부 예산과 방위산업의 해외진출 측면에서도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워싱턴DC=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