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 관련 테마를 가져가는 펀드들이 최고의 장기투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순히 ‘IT 테마주’ 차원을 넘어 자율주행차부터 로봇산업까지 투자 분야가 전문화·세분화되며 주식시장은 물론 경제전반을 이끌 이슈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자산운용사들도 4차 산업에서 각 분야를 특화한 펀드를 내놓는가 하면 기존 펀드를 정비해 ‘4차 산업혁명 펀드’로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정보기술(IT) 펀드 중 제일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코스피200 정보기술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TIGER200IT레버리지ETF’다. 코스피200 정보기술지수는 코스피200 구성종목 중 17개의 IT 종목만 재분류한 것이다. 미래에셋TIGER200IT레버리지ETF의 이날 기준 올해 수익률은 80.49%이며, 지난해 5월 설정된 이래 1년 수익률은 무려 153.32%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편입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26.37%로 가장 높고 SK하이닉스(17.94%), 네이버(13.84%)가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52주 신고가인 242만원을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날 52주 신고가(6만9,600원)를 갈아 치우며 펀드의 수익률 향상을 이끌었다.
‘미래에셋TIGER200IT ETF’ 역시 이날 기준 올해 수익률이 35.36%, 1년 수익률 62.50%로 준수하다. 삼성전자(28.53%), SK하이닉스(21.31%), 네이버(16.23%) 등을 많이 담아 포트폴리오는 미래에셋TIGER200IT레버리지ETF와 유사하다. ‘한화ARIRANG KOSPI50ETF’도 올해 20.88%의 수익률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반도체 관련 종목을 주로 담는 ‘미래에셋TIGER반도체ETF’는 올해 수익률 27.55%, ‘삼성코덱스반도체ETF’는 25.65%다. 두 펀드 모두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데, 각각 27.67%, 27.65%다. 이후 원익IPS, 이오테크닉스, 동부하이텍, 서울반도체 등 반도체 전문 기업의 주식이 담겼다.
4차 산업혁명 개별 이슈 투자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픽테로보틱스 펀드’는 지난 26일 설정액이 800억원을 돌파하면서 잠정 판매중단에 들어갔다. 이 펀드는 지난해 8월 설정됐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올해 들어왔다. 23일 기준 연초 이후 환헷지형 수익률이 16.97%, 언헷지형이 12.01%로 높은 성적을 내며 투자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위탁운용사인 스위스 픽테자산운용은 이 펀드가 로봇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대상이 제한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설정액을 늘릴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그로스 펀드도 최근 한 달 동안 240억원의 자금이 몰려 설정액이 824억원으로 늘었다. 이 펀드는 세계 IT 기업 1만5000여 곳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35개 기준으로 분류해 실적을 바탕으로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32%, 1년은 27.88%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의 신성장,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G2이노베이터 펀드’도 지난해 12월초 출시돼 설정 이후 29.15%의 높은 수익을 기록, 96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동부자산운용이 지난 23일 출시한 동부글로벌자율주행 펀드는 하루만에 15억의 투자금이 들어왔다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더 큰 기회가 열려있다.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오르면서 글로벌 ETF를 통한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ETF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 주임은 “글로벌 시장에 상장된 IT 분야별 ETF 분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ETF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에 포함된 대형 기업 위주로 총 74개 종목이 담겨 있는 ‘미국 대형 IT 기업 ETF(XLK)’가 있다. 애플(15%),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19.72%), 마이크로소프트(10.52%), 페이스북(7.04%), AT&T(4.71%) 등 쟁쟁한 IT 대기업이 포진한 상품이다. 1년 수익률은 32.05%이며, 유동성·보수율·변동성·배당금 등 모든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 대표 기업이 포함된 ‘글로벌 기술주 ETF(IXN)’는 유동성이 높고, 안정적인 스프레드를 바탕으로 높은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애플(13%), 알파벳(9.24%), 마이크로소프트(9.06%)뿐 아니라 삼성전자(3.62%), 텐센트 홀딩스(2.84%) 등이 이름을 올렸다. 1년 수익률은 37.29%다.
S&P500 내 IT 기업들을 동일한 비중으로 구성한 동일가중 ‘S&P500 기술주 ETF’(수익률 35.69% ), 역시 나스닥에 상장된 IT 기업 34종목을 동일 가중으로 담은 ‘나스닥 기술주 ETF’(수익률 51.32%) 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테마별로 기업을 묶어 구성한 것도 눈에 띈다. ‘글로벌 로보틱 & 자동화 ETF’는 로봇식의 자동화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이며, SNS 등 소셜 미디어 기업에만 집중한 ‘글로벌 소셜 미디어 ETF’도 펀드 전문가들은 추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