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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2년의 기다림'…박재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발라드'

가수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 가운데 소중하지 않은 것은 그 어느 것도 없겠지만, 최근 박재정이 발표한 ‘시력’에는 몇 가지의 남다른 의미들이 더해졌다. ‘슈퍼스타K5’ 우승으로 열아홉 살이 맛보기 힘든 큰 행운을 누렸던 박재정은 어느새 스물 세 살의 청년이 되었고, 그 시간을 거쳐 오면서 이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최근 박재정은 싱글 앨범 ‘시력’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앨범은 2015년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이후 발표한 첫 솔로곡임과 동시에 데뷔곡 ‘얼음땡’ 이후 3년만의 앨범이다. 작년에 규현과 함께 발표한 ‘두 남자’와 최근 ‘월간 윤종신’을 통해 ‘여권’을 선보이기는 했으나, 미스틱에서 오롯이 박재정의 이름을 걸고 나온 앨범은 이번이 유일하다.


‘시력’은 이별 후 힘든 상황을 흐릿해진 시력에 비유한 가사와 슬픈 멜로디, 여기에 박재정의 애절한 목소리가 더해진 곡으로, 윤종신과 015B 정석원이 오직 박재정을 위해 만든 맞춤 노래다.

“이 곡은 미스틱 계약하고 나서 나온 첫 데모였어요. 그만큼 오래 준비한 앨범이다보니 많이 떨리기도 했고 감격스러워요. 이 곡을 만들어주신 윤종신, 정석원 선생님도 바쁘신 와중에도 노래 부르는 걸 다 들어주시고 제가 가다듬어질 때까지 기다려 주셨죠. 그러다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박재정은 2년의 시간동안 기존의 목을 혹사 시켰던 창법을 가다듬고 좀 더 발라드에 최적화 된 음색과 기교를 찾는데 열중했다. 그에게 있어 앨범 한 장 한 장은 단순한 발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영원히 기록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은 오디션 출신, 댄스곡 데뷔 등 자신을 뒤 따르던 몇 가지 수식어를 지우고,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던 초심에 집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시간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가물가물’을 ‘가뭄가뭄’이라고 잘못 말해 큰 웃음을 줬던 MBC ‘라디오스타’부터 허당미를 발산한 ‘진짜 사나이’를 출연했을 때만해도 유명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다. 조금 더 유명해져야 자신의 음악을 더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력’을 더 진지하게 임하는 것 같다고 그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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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안 될까, 왜 내 노래를 많이 안 들어줄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시기도 분명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왜 노래를 해야 하고 왜 발라드를 좋아했을까를 다시 생각해봤죠. 저 역시 힘든 일이 있을 때 평소에 좋아했던 윤종신 선생님 뿐만 아니라 김동률, 정준일 선배님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은 순간이 있었어요. 저 역시 그런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을 중심에 두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는 박재정은 옳은 생각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노래할 수 있었던 만큼 이번 앨범 ‘시력’ 역시 만점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다만 이것은 자신이 한 일에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진정한 만족도는 대중들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엄밀히 따지면 만족도를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한 일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대중 분들이 느끼시는 건 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만족도는 대중 분들이 주시는 거기 때문에 그 분들께 조금 더 시간을 드리고 싶어요. 2년 동안 만든 노래를 단 며칠 만에 평가 받는 것보다는, 제가 더 많이 노래를 불러 드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전 시즌만 못한 파급력이었다 해도 ‘슈퍼스타K5’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늘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때문에 가수의 꿈을 이뤘음에도 그 시간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내려놓음’을 알게 된 지금이 오히려 더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스물 세 살의 박재정은 잘 닦여진 빠른 길보다는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하늘도 한 번 바라보고 풀 냄새도 맡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앨범이 바로 그 첫 출발을 알린다. 구태의연한 수식어보다 그저 발라더 박재정, 가수 박재정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저를 어떻게 대중이 기억하게 될 지는 시간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스물 세 살 박재정의 음악이자 박재정 발라드의 시작이에요. 앞으로도 발라더 박재정으로, 가수 박재정으로 불릴 수 있도록 차곡차곡 하나씩 쌓아가고 싶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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