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잠실에 있는 높이 555m, 123층 건물을 다녀왔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한강과 어우러진 강남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 강남은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남개발이 지난 1970년대 시작됐으니 어느덧 40여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서울 인구는 1970년 5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5월 약 992만명이니 그동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꼴로 서울에 산다. 서울은 우리나라 면적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0.61%다. 이 면적에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사는 것이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은 더욱 많이 변했다. 1970년부터 1999년까지 강북 인구가 430만에서 520만으로 약 1.2배 정도 증가한 데 비해 강남 인구는 120만에서 510만으로 약 4.3배 정도 증가했다. 이 시기 증가한 서울 인구 480만 가운데 81%가 강남 지역에 몰린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서울의 폭발적 성장의 80% 이상이 강남에서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강남 집값 원가 중 가장 큰 것이 땅값이다. 60%를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땅 부족현상을 해소하지 않으면 강남의 집값 안정은 어렵다. 재건축대상 노후아파트 집값은 대지지분의 땅값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강남의 주택정책은 토지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개발 가능한 땅이 고갈된 마당이기 때문에 기성 시가지 용적률을 높여 토지 공급 효과를 내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용적률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개발이익과 특혜시비를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개발이익은 부담금과 공공 기여로 환수할 수 있다.
또 일자리 창출, 취득·등록세 세수 등의 긍정적 측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동 한전부지가 개발되면서 현대차그룹은 1조7,000억원의 공공기여금을 내놓겠다고 했다. 단순히 매출액 세전순이익률 6%, 법인세+주민세율 24%를 적용해 계산하면 118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회사를 키워야 이 정도 세금을 거둘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이 201조원, 현대차 매출액이 93조원 정도이니 어느 정도 규모의 기업인지 얼추 감을 잡을 수 있다.
강남 재건축은 40여년간 강남 인구가 폭증하면서 늘어난 공간 수요를 메꿀 수 있는 기회이자 나라 곳간도 채울 수 있는 기회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일 수 있다.
마냥 재산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재산을 잘 활용해 곳간을 늘린 며느리가 부잣집의 곳간 열쇠를 물려받았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이 부잣집 며느리처럼 강남의 재건축 기회를 잘 활용해 극심한 공간부족에 단비를 내리고 나라 곳간도 채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으면 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할 때가 있다. 도시재생차원에서 거시적 시각으로 강남 재건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