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노드스트롬백화점의 교훈



최고의 서비스로 유명한 미국 노드스트롬백화점은 지난 1990년대 초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성과 평가방안을 도입했다. 직원들에 대한 ‘시간당 매출액’이었다. 시간당 매출이 높은 사람은 더 보상을 받고 일하기 좋은 매장으로 배치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요지였다.

이런 평가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여 경영성과를 끌어올릴 것으로 믿었고 실제로 초기에는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이 제도는 폐기됐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매출만 올려 좋은 평가만 받자고 하는 욕심이 싹텄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일, 주 단위로 매출이 부진하면 자신의 신용카드로 자신이 담당하는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며칠 뒤 다른 지역의 매장에서 환불을 받았다. 매출이 늘어난다고 생각했지만 판매된 제품의 상당량은 반품처리돼 재고로 쌓였다. 고객 서비스도 악화됐다. 매출을 높이는데만 혈안이 돼 고객관리에는 소홀했던 탓이다. ‘단기 성과주의의 부작용’이다.

기업들마다 올해 목표치 달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저마다 굳은 각오의 비전도 발표했다. 이는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새 정부 역시 장밋빛 청사진과 개혁목표를 내놓고 있다.

그 목표의 핵심은 기업으로서는 실적개선이고, 정부 입장에서는 일자리창출과 경제회복이다, 하지만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은 이런 목표가 노드스트롬백화점의 사례처럼 너무 단기성과에 급급한 것 아닌가하는 점이다. 말 그대로 올해 목표에만 급급해 인공매출을 만들고 인공소비와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내수회복을 위해 신용카드를 남발하면서 그 후유증으로 몇 년 간 어려움에 처한 경험이 있다. 또 비판의 대상이 돼 버린 ‘4대강 살리기’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를 정도로 어느 순간 ‘주홍글씨’가 되버렸지만 임기내 완공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검증에 검증을 거쳤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기업에서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었던 리먼브러더스가 대표 사례다. 단순히 실적을 끌어 올리려고 2007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를 줄이지 않다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단기 성과에 파묻혀 궁극적으로 비극을 맞은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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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들은 단지 사업이나 정책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인사 문제에도 그럴 개연성이 내재돼 있다. 한 경제연구소는 최근 성과주의 인사로 부여되는 높은 동기 수준이 꼭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젠 도전정신과 팀워크를 위협하는 성과주의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기성과에 급급해 부서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조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구조개혁 없이 단기성과로 이를 해결하면 다행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가 해야 할 몫은 차치하고 기업들도 미국의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처럼 철저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10분 회전’이라는 수칙이 있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 다시 출발할 때까지의 시간을 10분 내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팀워크가 필수다.

아울러 단일 기종 비행기만 구입해 조종숙지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혼잡하지 않은 공항만 이용토록 하는 등 철저히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 기업보다 먼저 ‘펀(fun)‘경영도 도입해 조직의 화합도 도모했다. 승무원들은 탑승자들에게 “담배를 피우실 승객은 비행기 날개 위해 마련된 테라스를 이용해 주십시오.”라고 말할 정도로 유머러스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가 항공사인데도 세계 항공업계 톱10 안에 들고 불황 속에서도 40여년간 흑자를 이어간 데는 효율과 팀워크가 그 바탕이 됐다.

올해 설정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작한 노력들이 올해만을 목표로 한 것인 지, 계속될 불황을 넘어서기에 적합한 것인 지 재점검해 봤으면 싶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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