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라고 해서 의미를 축소하기에는 자민당의 충격이 너무 크다. 자민당은 기존 의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과거 두 차례의 최악 선거 때보다 의석수가 크게 줄어 역사적 참패라는 말이 나온다. 집권 자민당의 선거 패배는 아베 총리의 불통과 오만의 정치가 낳은 결과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한 ‘사학 스캔들’에도 아베 총리는 자민당 1당 독주체제만 믿고 독선과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한 게 단적인 사례다.
이번 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일본의 정치지형 변화가 아베의 시대착오적 개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아베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전쟁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손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서 집권 3년차에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개정 안보법 관철로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를 했다면 내년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 개헌 발의와 국민투표에 이르는 아베의 군국주의 우경화 노선을 차곡차곡 밟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선거 패배로 아베가 개헌 시나리오를 강행하기에는 일단 힘에 부쳐 보인다. 일본 여론 역시 평화헌법 폐기에 호의적이질 않다. 일본 국민이 아베의 불통에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은 비단 내치만이 아니다. 과거 침략전쟁의 피해를 입힌 주변국을 아랑곳하지 않는 ‘전쟁 개헌’ 우경화 독주에도 엄중한 경고가 담겼음을 아베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