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해외칼럼] 美 민주당의 실질적 문제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소수계·다양성 대변한 민주당

이민·동성애 등 특수요인보다

국민 통합하는 요소 강조하길

파리드 자카리아




최근 미국 민주당은 일련의 선거 패배에 대한 반응으로 경제적 어젠다를 다듬어야 한다는 상투적인 결론을 내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민주당은 강력하고 대담하며 날카롭고도 상식적인 경제 어젠다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당 내부의 유일한 견해는 어떤 것이 과연 날카로운 좌파 메시지인가로 모아졌다.


하지만 민주당의 문제는 사실 경제와 별 상관이 없다. 오히려 사회·문화적 관행과 국가 정체성 등 재론하지 않는 편이 더 유리한 이슈들과 관계가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경제 어젠다는 일반 대중에게 광범위한 호응을 받고 있다. 빈곤 퇴치, 헬스케어와 정부의 지원부터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정책에 이르기까지 공화당 정책보다 민주당 정책을 선호하는 유권자가 훨씬 더 많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5%는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했고 72%는 저소득가정의 네 살배기 아이 전원에게 어린이집 프로그램이 제공되기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80%는 식료품 지원 확대를 희망했다. 민주당이 주도한 이들 정책은 공화당 의원들도 절반 이상 지지하고 있다.

초당적 기구인 ‘데모크라시 펀드’의 의뢰로 지난 2016년 대선에 참여한 유권자들을 종합 분석한 학자 중 한 명인 리 드러트먼은 첫 보고서에서 두 정당을 구조화한 주된 충돌은 ‘국가 정체성, 인종, 도덕성’ 등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과 2016년 도널드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드러트먼은 주요 경제 이슈에 관한 공화당의 입장이 민주당의 견해에 놀랄 만큼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민자들과 흑인 및 무슬림 등에 대한 입장에서 심하게 보수적으로 치우쳤다.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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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잡지인 애틀랜틱도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인지에 관한 강력한 예측변수를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최고의 예측변수는 유권자 스스로 공화당원이라 밝히는지였다. 이는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가장 훌륭한 예측변수로는 ‘문화적 이탈에 대한 두려움’과 ‘불법체류자 추방에 대한 지지’가 꼽혔다.

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나쁘거나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살짝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민주당은 많은 사회적 이슈에 관해 신중하고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 이민 문제에는 중도적 자세를 취했고 동성애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진보적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이들 중 동성애자의 권리 같은 일부 분야에서 원칙에 관한 탁월한 감각을 과시하며 대담하게 ‘좌측’으로 움직였다. 이민 같은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도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분파를 끌어안기 위해 ‘좌클릭’했다. 그러나 보다 광범위한 문화적 의미에서 민주당의 좌편향은 정당의 주도권이 대학교육을 받은 도시 출신 전문가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민주당의 사회·문화적 견해가 자연스럽게 이런 현실을 반영하면서 비롯됐다는 점은 간과됐다.

소수계와 다양성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 어린 지지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바로 이것이 당과 미국의 중간층 사이에 거대한 간격을 만든 요인이다. 이는 세금공제와 재취업 훈련, 어린이 조기교육 등 스마트한 정책을 옹호하는 것만으로는 건너기 힘든 문화적 격차다. 민주당은 미국의 국가 정체성에 관해 말할 때 분열을 초래하는 특수요인들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요소를 강조해야 한다. 정당은 이민 문제에서 타협 불가의 절대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야 하며 대규모 이민의 문화적·경제적 비용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성적 취향을 둘러싼 이슈들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더 큰 이해심을 마땅히 보여줘야 한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유권자들이 대개 입후보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표를 던진다는 확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또 교육 수준이 낮고 주로 농촌 출신인 나이 든 백인들에게 그들의 삶과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애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균형 잡기다. 이렇듯 문화적 영역이 현대 정치의 핵심이 됐음을 민주당의 일련의 참패로부터 읽게 된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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