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값싼 중국산 철강재를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지적에 한국도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자칫 냉랭해질 수 있던 회동 기류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춘추관에서 “국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날카로운 설전을 교환했다”고 이같이 설명했다.
양 정상과 실무진이 참석한 확대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측이 철강과 자동차 분야의 한미 FTA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과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객관적인 지표를 들며 맞대응했다. 김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의 중국 철강제품 우회 수출에 대해 “우회 수출 비율은 2%밖에 안 되며 중국의 철강 최대 피해국은 오히려 한국”이라며 “한국시장도 중국 철강에 25%가 잠식당했다. 더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때문에 중국 내 한국 기업도 큰 피해를 보고 있으니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에 공급 대처하자”고 미국에 역제안했다. 미국산 차의 한국 내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장 실장과 김 보좌관은 이미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차별을 감시하고 있을뿐더러 한미 FTA 이후 한국 시장의 미국 자동차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해 2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미국 측이 한미 무역 불균형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하자 탈원전 정책에 따른 LNG 추가 구매를 약속하면서도 이미 한국이 미국 무기의 최대 수입국임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실무진의 논리를 강하게 반발하는 등 맞불작전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왔다고 설명하면서 냉랭했던 정상회담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장 실장의 입담을 소개했다.
장 실장은 와튼스쿨 동문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영어로 말하겠다”고 운을 뗀 뒤 “중국에서 책을 출판하기로 했지만 사드 때문에 중단됐다”며 농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그럼 미국에서 출판하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면 미국 무역 적자 폭이 커진다”고 말하면서 회담장 분위기는 밝아졌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