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 이후 표류하던 자유한국당의‘구원 투수’로 홍준표 신임 대표가 3일 등판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이날 자유한국당의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가뜩이나 지리멸렬하던 친박계(친박근혜)는 폐족의 길로 접어든 반면 친홍계(친홍준표)가 새로운 주류 세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홍 신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경쟁자인 신상진, 원유철 후보를 누르고 압도적 표차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홍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5만1,891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어 원유철, 신상진 후보 순이었다. 홍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4만194표, 여론조사에서는 1만1,697표의 지지를 각각 얻어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홍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당 대표를 맡기에 앞서 막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번 경선은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을 맞아 전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다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불참하다 보니 ‘무혈 입성’에 가까울 정도로 레이스가 싱거웠다.
홍 신임 대표는 옛 새누리당 탈당파가 주축이 돼 만든 바른정당과 보수 적자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적폐 세력’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내 체질 개선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 대표는 강도 높은 친박 청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는 강력 반발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자연스레 해체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당내 무게중심이 친박계에서 친홍계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렸했다.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가운데 홍 신임 대표를 비롯해 이철우(경북 김천·3선), 류여해(서울시 당협위 운영위원장) 등 3명이 친홍계로 분류된다.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재선) 신임 최고위원의 경우 19대 국회에서 당내 비박계를 향한 거침없는 쓴소리로 ‘친박 돌격대’로 불렸지만 지금은 친박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친박 성향이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미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고 감옥에 간 상황에 친박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친박이라는 표현은 일부 반대하는 사람들과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친박계는 평소 ‘친박’을 비판해온 홍 신임 대표 선출로 힘이 더 빠지면서 사분오열·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 신임 대표가 친박계에 대해 당내 고립화 작전을 더 노골화할 경우 생존 차원에서라도 ‘반홍파’를 형성하며 비주류 그룹을 형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