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파이낸셜포커스] "거래비중 5% 안되는 창구에 직원 40% 배치해야 하나"

●금융당국, 지점 줄이는 씨티은행에 행정지도 '논란'

"10% 지점 축소땐 감시 강화"

타깃된 씨티"경영 판단" 항변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점 통폐합 결정 논란에 금융당국이 결국 칼을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은행들이 지점을 폐쇄할 경우 2개월 전부터 고객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통지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앞으로 씨티은행처럼 대규모 점포 폐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지 6월21일자 10면 참조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지점을 폐쇄할 경우 2개월 전부터 고객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권 점포 통폐합 관련 행정지도’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지도에 따르면 은행은 폐쇄일로부터 2개월 전과 1개월 전에 각각 1회 이상 문자메시지나 유선전화 등으로 고객에게 관련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폐쇄되는 점포의 주변에 다른 점포가 없거나 특정 시도의 점포가 한꺼번에 폐쇄되는 등 영향이 큰 경우 연장영업이나 지역별 핫라인 구축 등 대응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또 총 점포의 10% 이상을 줄이는 등 대규모 통폐합을 추진하는 은행은 고객 이탈에 따른 유동성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행정지도안에는 직원 재교육에 대한 의무화와 노동관계법령 준수에 관한 사안도 포함됐다. 앞으로 은행은 점포 통폐합 진행 과정에서 고객의 금융거래 서류 분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체계를 재점검하고 필요 시 직원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점포 통폐합에 따른 직원 재배치 과정에서 노동관계법령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은행들이 지점을 대규모로 폐쇄하면 노약층이나 산간지역 등에서 고객들의 이용 불편이 초래되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통해 점진적인 폐쇄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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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앞으로 지점 통폐합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속으로 부글부글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가 늘어나면서 창구가 필요없는 비대면 채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점 통폐합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점포 축소를 통해 직원 1,300명을 전환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씨티은행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금융당국이 씨티은행의 지점 폐쇄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압박하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한시적인 행정지도라는 칼을 꺼내 든 것이다. 실제 지난 1998년 은행 내부 경영 자율화 이후 은행법상 은행 점포 신설 및 폐쇄와 관련한 인허가 관련 규제가 폐지된 상태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까지도 현행법상 씨티은행의 지점 폐쇄를 저지할 수단이 없다며 버텨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정치권의 압박에 두 손 들고 애꿎은 민간 은행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신관치’ 선례를 남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현재 거래 비중이 5%에 불과한 영업점 창구에 전체 직원의 40% 인력을 배정하는 것이 올바른 경영적 판단인지 되묻고 싶다”고 항변해왔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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