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펠로인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지난 6월30일 “한국이 세운 (북핵 해결) 해법을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미국이 이 방향을 인정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많은 옵션이 있다고 한국 측에 얘기했다. 윈윈이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성급한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고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문 대통령 앞에서 재확인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이 동일한 북핵 대응전략에 공식 합의한 것은 충분한 성과”라고 평가했고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막대한 청구서를 받기는 했지만 첫 회담에서 얼굴 붉히지 않고 잘 마무리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경펠로들은 이번 회담이 북핵과 외교 위기 해결의 계기가 됐다고는 보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의 과정이 더욱 험난할 것으로 봤다.
진창수 소장은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앞으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제재할 텐데 한국이 할 일은 국제환경을 새롭게 만들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왔을 때의 인센티브를 연구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했다”고 지적했다.
김용철 교수는 “총론에선 여러 성과가 많았는데 각론에선 난제를 많이 안고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환경영향평가 등 배치 준비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향후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현재의 부담 규모를 더 늘리기 어렵다는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남성욱 원장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미 공동성명까지 발표돼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 것이 자화자찬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대화와(and) 비핵화’를 의미한 것이고 한국은 ‘대화를 위한(for) 비핵화’로 해석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 핵 문제는 남북문제가 아니라 북미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한국은 워싱턴과 평양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서경펠로 중 이번 문 대통령 방미 성과를 가장 박하게 평가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통일 조성을 위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미국의 계속된 입장이고 일종의 외교적 레토릭”이라며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북핵·미사일 문제를 남북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문 대통령을 북핵 해결의 운전석에 앉힐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도 북이 달라지지 않으면 공허하게 겉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오는 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진창수 소장은 “중국과의 논의에서는 사드는 일단 놔두고 그 외의 부분에서 신뢰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준호·김현상·나윤석·박효정·하정연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