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을 하는 기업이 올해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이 희망하는 ‘황제주’는 좀처럼 액면분할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주당 240만원을 넘는 등 고가의 주식을 사기 힘들어진 개인들의 액면분할 요구는 갈수록 커지지만 정작 상장사는 꿈쩍도 않는다. 새 정부 들어 주주 친화 정책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 뜸해진 황제주의 액면분할이 다시 재개될지 주목된다.
3일 증권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액면분할(발행일 기준)을 실시한 기업은 유가증권 시장 13개, 코스닥 시장 17개 등 총 30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25개(유가증권 12개, 코스닥 13개), 2016년 37개(유가증권 14개, 코스닥 23개)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지는 추세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발행 주식 수를 늘리는 행위다. 주가가 과도하게 높아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유통 물량이 적어 거래량이 적을 때 주로 이뤄진다. 주당 가격이 낮아져 투자자들이 주가가 싸졌다고 느끼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5년부터 고가 주식의 액면분할을 유도했다. 당시 최경수 이사장이 삼성전자·NAVER(035420)·아모레퍼시픽(090430) 등 38개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액면분할의 장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거래소의 시장 활성화 노력에 일부 기업은 화답했다. 당시 300만원에 육박한 아모레퍼시픽이 10분의1로 주가를 낮췄고 롯데제과(004990)도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기대한 대로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은 거래량·거래대금·시가총액이 모두 증가했다.
고가 황제주의 액면분할은 거기까지였다. 삼성전자·영풍(000670)·태광산업(003240)·롯데칠성(005300) 등 100만원을 넘는 종목들이 액면분할 후보로 꼽혔지만 아직까지 해당 기업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이 신규 유입되거나 주식 가치에 영향을 주는 등의 효과가 없어 액면분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도 당분간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는 한 더는 유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그렇다고 인센티브를 주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래량도 적은 상장사가 황제주의 지위만 즐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현재 110만4,000원으로 마감한 태광산업은 올 들어 평균 거래량이 793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당장 액면분할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나 오너는 우리 주식은 100만원이 넘는 ‘아무나 갖기 힘든 주식’이라는 희소성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며 “소액 주주가 늘어봐야 피곤해질 뿐이라는 생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주 친화 정책 강화라는 흐름에 따라 고가 주식의 액면분할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 황 실장은 “미국이나 영국의 기업들은 액면분할을 반복해서 하기도 하는데 주주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로 해석된다”며 “국내에서도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나 배당 증가 등 주주 환원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주주나 투자자를 위한 조치로 액면분할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