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방산기술보호, 홍보와 교육부터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우주기술 민군 융합 R&D 늘며

전략무기 관련 수출 통제 한계

현장선 방위산업보호법 경시

法준수 강화해 기술유출 예방을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지난 1996년 출범한 바세나르체제(Wassenaar Arrangement·WA)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41개국이 가입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 목적이라면 WA는 재래식 무기와 이중 용도(민군겸용)의 물자 및 기술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수립된 다자간 수출통제체제(MECR)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술 유출 및 침해 위협이 정교화·고도화하면서 기술 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부각되는 추세다. 특히 방위산업기술은 일반 산업기술과 달리 기술적·산업적·경제적 영향이 지대할 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직결되는 만큼 세계 각국은 방산기술 확보 못지않게 기술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침 최근 방산기술보호 국제 콘퍼런스가 열려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영국 등 25개국 정부기관과 유엔 및 WA의 방산기술보호 전문가를 비롯해 국회·국방부·학계·방산기업 등에서 방산기술 보호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유엔 군축국 재래식무기부장, WA 사무총장, 미 국방부 방산기술보호본부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이후 방산기술 통제와 국제사회의 정책동향, 방산기술의 체계적 관리 방안, 방산 분야의 보안 환경 및 기술보호 방안 등 3개 분야에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필자도 방위사업청 방산기술보호자문관 자격으로 초청받았는데 지난해 처음 만난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 지역정세분석과장인 저드 스티치엘 박사를 다시 만나 우의를 다지게 됐다. 스티치엘 박사는 미 국무부에서 방산교역 허가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과 관련된 핵심 인사로 알려져 있다. ITAR는 국방과 관련한 미 군수품 목록에 대한 수출입을 제어하며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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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주제 발표에서는 영국 정부를 대표해 앤드루 호턴 영국 수출통제합동기구 수석기술고문의 주제 발표가 무척 흥미로웠다. 군용 물자와 이중 용도(민군겸용) 품목 기술의 융합에 따른 도전과제가 주제였다. 사례 연구로 우주기술의 민군 겸용을 선택했는데 영국에서는 우주기술이 최대의 관심사이며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고 한다. 로켓·인공위성에 직접 관련된 기술 외에 항공우주 소재, 고성능 배터리 등 비(非)군사기술은 신규 전략무기 연구개발(R&D)을 지원할 수 있어 WA나 MTCR 등 기존의 수출 통제로는 한계가 있다. 우주개발 전문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에서 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방위산업기술이 복제되거나 대응·방해 기술이 개발돼 그 가치와 효용이 저하되지 않게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부적절한 수출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절실하다. 하지만 최근까지 방위산업기술이 ‘방위사업법’ ‘대외무역법’ 및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률에 따라 관리되면서 오히려 부실 우려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방위사업청장이 보호가 필요한 국방 분야의 방위산업기술을 지정하고 업체는 자율적으로 방위산업기술 보호체계를 구축하며 불법적인 기술 유출 발생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등을 마련해 궁극적으로 국가 안전보장과 국제평화 유지에 기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목적으로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이 2015년 12월 제정됐고 이듬해인 지난해 6월30일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의 ‘대상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사업청·군·방위산업체 및 전문 연구기관 등 방위산업 관계자들의 제반 인식이 너무 부족한 현실을 종종 느끼고는 한다. 심지어 법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처벌 규정이 대폭 강화된 것도 모르고 있다. 방산 기술 못지않게 방위산업기술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 해당 기관을 대상으로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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