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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살해·테러 협박?'…아이돌을 향한 어긋난 팬심과 '전쟁 中'

이쯤 되면 아이돌을 ‘극한직업’ 이라는 단어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인기 아이돌들이 일부 어긋난 팬심에 의해 잇따라 위험에 노출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사진=JYP엔터테인먼트


그동안에도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악플,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명 ‘사생팬’ 등, 팬심이라는 이름으로 정도를 넘어서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지만, 이제는 연이어 살해 및 테러 협박까지 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갈 때까지 간 셈이다.


지난 2일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는 ‘트와이스가 우리나라를 버리고 일본에서 돈 엄청 번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의 작성자는 트와이스 일본 쇼케이스 공연장 사진을 첨부하며 ‘그래 돈이 좋은 거야. 돈이 최고지. 한국 버려도 되니까 두 번 다신 오지 마라. 공항에서 염산 10리터 대기 중일 테니’라는 협박 글을 남겼다.

이에 3일 오후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입국 시 공항에 경호 인력을 배치했다”며 “해당 글을 올린 이에 대해서는 IP 추적을 통해 신원 파악 후 고소 등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트와이스를 향한 살해협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한 일베 회원은 손목에 칼들 대고 있는 사진과 함께 ‘내가 너 죽이러 갈 거예요’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트와이스 멤버 미나에게 위협을 가한 바 있다.

/사진=서경스타DB./사진=서경스타DB.


걸그룹 에이핑크 역시 연이은 테러 협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 남성은 강남 경찰서에 “에이핑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전화를 걸었고, 이에 경찰이 에이핑크 소속사 건물로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동일인으로 의심되는 이 협박범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6일 쇼케이스 현장에 폭탄을 설치하겠다고 협박해 이날 쇼케이스가 열렸던 장소에는 사설 경호원은 물론, 경찰 인력까지 배치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30일에는 KBS ‘뮤직뱅크’ 녹화 현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해 방송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 150여 명이 대피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자신이 협박범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자처하며 자신이 에이핑크의 오랜 팬이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소개팅을 하는 모습에 분노했고, 이에 대한 에이핑크 소속사의 대처 때문에 협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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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협박은 비단 걸그룹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3월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지민을 살해하겠다는 글이 SNS를 통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4월 1일 캘리포니아 공연에서 지민이 ‘Lie’를 부를 때 가방에 있는 총으로 쏠 것”이라고 주장하며, 콘서트 좌석 배치도와 총, 죽은 돼지, 피 묻은 손 등의 사진을 함께 게재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물론, 연이은 살해 협박에도 아직까지 실행에 옮긴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항상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하고, 공연장이나 공항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노출되는 만큼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각 소속사 측은 협박범을 검거하고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칼을 꺼내들었다. 앞서 미나 살해 협박범이 손편지로 “이러한 게시물이 당사자에게 어떠한 위협이 되고 어느 정도의 공포감을 주게 될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작성했다”고 잘못을 무마하려 했지만 JYP 측은 예외없이 고소 절차를 밟을 것을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팬덤 내에서도 어긋난 팬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더함과 동시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팬들은 “소속사 측이 더욱 강력한 대응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티스트에게 불쾌감이나 공포를 심어주는 것은 진정한 팬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일부가 팬이라는 이름 아래 가수에게 가하는 행동은 단순히 애정의 선상에 놓고 갈무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순수한 동경의 대상으로 그들의 음악과 무대를 향유하는 것이 아닌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행동하는 일부 삐뚤어진 팬심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길 뿐이다.

수년 전 신화 김동완이 과거 팬들에게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라고 했던 말이 현재까지도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고 있다. 누군가의 팬을 자청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쯤 이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누구도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고.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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