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평택 반도체공장 본격 가동] 글로벌 고객 요청에 통큰 투자 화답...'반도체 왕' 쐐기 박는 삼성

2021년까지 14조 추가 투자

낸드플래시 月 40만장 생산

화성에도 '최첨단 라인' 신설

'中 반도체굴기' 대비 포석도

OLED 신규인프라 구축 등

디스플레이에도 15조 투자

삼성전자가 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권오현(왼쪽 다섯번 째)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 권 부회장,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권오현(왼쪽 다섯번 째)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 권 부회장,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외관/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외관/사진제공=삼성전자





하늘에서 바라본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하늘에서 바라본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고객들의 거듭되는 요청에 삼성이 ‘통 큰 투자’로 화답했다. 삼성전자가 4일 평택 반도체 라인 본격 가동과 함께 총 21조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수급 불안을 진정시키고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서 ‘초 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은 이날 이례적으로 △평택 1라인 증설 △화성캠퍼스 ‘첨단 라인’ 건설 △중국 시안 추가 라인 건설 △아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프라 건설 등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에서의 ‘중국 굴기’까지 대비한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본격 가동을 시작한 평택 고덕산업단지 내 반도체 공장(평택 1라인)은 단일 생산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지금까지 투자된 자금만 15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미 건설과 가동 과정에서 4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다는 게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복층 구조인 평택 1라인에 대한 증설을 단행해 오는 2021년까지 14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평택 1라인에 대한 투자만 30조원에 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평택 1라인에서 생산되는 물량만 월 40만장(웨이퍼 투입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낸드 점유율 세계 2위 기업인 도시바의 월 생산량이 50만장으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평택 1라인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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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삼성의 압도적인 투자는 반도체 고객들의 요청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현재 ‘산업의 쌀’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반도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삼성에 앞다퉈 요청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서버용 낸드 수요 등이 급증하면서 전체 낸드 수요는 2016년~2021년까지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 시장 1위 기업으로서 기술력이 후발 주자들에 비해 1~2년 앞선 삼성 입장에서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삼성은 평택 반도체 라인에서 최첨단 4세대 64단 V낸드 제품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의 반도체 투자는 또한 국가 사업으로 반도체를 육성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에 대비한 중장기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D램 치킨게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던 삼성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며 “도시바나 웨스턴디지털 등 단순히 현 낸드시장 플레이어들뿐 아니라 2018년 이후 등장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까지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초격차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와 더불어 화성 사업장에도 6조원을 투입, 극자외선(EUV) 등 첨단 인프라에 최적화된 신규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고객인 퀄컴과 애플 등의 7나노 칩 주요 물량을 최근 TSMC가 쓸어간 가운데 삼성은 초미세공정인 6나노 공정으로 직행해 TSMC에 빼앗긴 물량을 되찾아올 계획이다. 이 같은 삼성의 첨단 라인은 화성 사업장 현 주차장 부지에 지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반도체와 더불어 디스플레이(중소형 OLED) 분야에서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OLED 신규단지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투자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역시 15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용 중소형 OLED는 삼성이 전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분야로 최근 애플을 비롯해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스마트폰 패널을 LCD에서 OLED로 전환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편 수면 아래 있던 삼성의 설비투자 계획이 이날 한꺼번에 발표된 것과 관련, 구속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에 오너 부재 속에서도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가 총수의 승인 없이 이뤄질 수는 없다”며 “투자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는 삼성 내부의 절박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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