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또다시 법정 증언대에 오르기를 거부했다. 그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 오후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건강상 사유로 인해 출석하기 어렵다”는 게 전직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도 두 번이나 증인 신문에 불응했다. 두 번째는 재판부가 강제 구인을 승낙하고 구인장까지 발부했지만 “내 재판을 준비해야 한다”며 버텼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물리력을 쓰면서까지 전 대통령을 끌어내는 데 부담을 느껴 결국 증인 신문은 무산됐다. 당시 특검 관계자는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늘 법치를 강조했는데 정작 본인은 법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자세가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인 신문 불출석 결정은 개인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하지만 그는 범인(凡人)이 아니다.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말했듯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국민 과반수의 지지로 일국 최고의 지도자 자리에 올라 최고의 업적을 쌓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전직 대통령”이다. 한편으로는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전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국민 다수는 박 전 대통령이 개인의 권리 행사를 초월해 진실을 낱낱이 증언하기를 바란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 전직 지도자에게 마땅히 기대할 수 있는 헌신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봐도 유난히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지도자였다. 4년여를 재임하면서 언론과의 만남은 신년 기자회견 3번과 대국민담화 4번이 전부였고 국회 방문은 5번에 그쳤다. 이제는 법정에서마저 불통을 선택한 듯해 더욱 우려스럽다. 박 전 대통령이 불통의 길로 나아갈수록 국민은 이번 사태의 진실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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