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의 일반적인 개념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한계선을 뜻한다. 1928년 서방의 거대 석유기업들이 이슬람권에서 지도에 빨간 선을 그어 경계를 나타냈던 일명 ‘레드라인 합의’에서 어원을 찾는 해석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8년 북한이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1호 발사 실험을 한 후 미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처음 개념이 제시됐다.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과 봉쇄정책을 나누는 기준선으로서 ‘레드라인’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이 선을 넘지 않으면 포용정책을 펴지만 넘을 경우 봉쇄 등으로 강경 대응한다는 개념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와 빌 클린턴 미국 정부는 레드라인을 넘는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행위 기준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핵 개발 활동 혐의가 포착되거나 북한 중장거리미사일 재발사 시, 혹은 대규모의 대남 무력도발이 반복적으로 실시될 경우 등이 리스트화됐다.
당시의 기준은 이미 거의 무너진 상태여서 현재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 맞춰 한미 당국이 새롭게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4일 레드라인의 가이드라인으로 “한미 정상이 협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30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레드라인 등의 구체적인 기준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해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 언사를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공약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원론적 내용 정도가 담겨 있을 뿐이다.
다만 공동성명에 북핵과 탄도미사일이 국제 평화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섞인 만큼 북한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 위협을 현실화할 수 있는 수준을 레드라인으로 정할 가능성은 있다.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이 한반도를 넘어 주변국 등 국제사회에 현실적인 안보 위협을 주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 탄도미사일의 장거리화 및 발사 플랫폼의 은밀성 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6차 핵실험이 진행되거나 탄도미사일을 바닷속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발사하기 위한 일명 ‘콜드론칭’ 기술 확보 여부가 레드라인의 기준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괌이나 알래스카 정도까지 도달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거나 이를 위한 핵심실험이 추가로 진행되느냐가 레드라인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