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박성규기자의 Travelogue]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을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



2017년 1·4분기 순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1조28억원, 세계 8만개 이상의 국제 노선과 34만개의 호텔 인벤토리를 보유한 여행사는?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씨트립은 2015년 중국 2위 온라인 여행사 취날(Qunar)과 합병한 후 올해 초에는 인도 최대 여행사 메이크마이트립(Make My Trip)에까지 투자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이 여행사의 한국 진출이 국내 여행업계에 타격을 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까지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씨트립은 지난 2014년 국내에 첫 해외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국내에 지사를 설립한 지 3년 가까이 됐지만 국내 여행 시장에서 아직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국내 여행 업계의 분석입니다.


그런 씨트립이 요즘 홍보대행사를 통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홍보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이지만 그간 씨트립은 소리 소문 없이 국내 여행사들과 경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씨트립의 돌연한 변화에 관심이 갑니다. 국내 여행 업계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하지만 정작 국내 여행 업계에서는 씨트립의 적극적 행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2007년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가 국내에 진출할 당시 국내 여행사의 여행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재 기준으로 JTB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듭니다.

현재까지 씨트립이 국내에서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국내 여행 업계가 씨트립의 행보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내 대표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의 경우 매출의 절반 이상이 패키지 상품입니다. 씨트립이 설사 외연 확장을 위해 패키지 상품을 판다고 해도 업계에서는 국내 여행객들의 구미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수십년간 개발해온 국내 여행 업계 패키지 상품의 경쟁력을 씨트립이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회사에 대한 내국인들의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도 씨트립의 약점으로 꼽힙니다.

그래도 씨트립의 행보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자본력을 갖춘 씨트립이 해외 여행 수요가 많은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단순한 홍보 강화가 아닌 국내 기업 직접 인수를 고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의 중론은 아니지만 일각에서 씨트립이 한국 시장을 선점할 목적이라면 한국 여행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홍보 강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금한령이 풀리고 중국으로 여행하는 국내 관광객들이 늘어나게 된다면 씨트립이 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박성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