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휴-보물섬 신안군 증도] 태양, 바다, 바람 그리고 땀방울...그렇게 '순백의 꽃'은 피었습니다

여의도 두배 크기 태평염전

'하얀 소금꽃'으로 가득하고

'억겁의 시간'이 빚은 갯벌엔

황새 등 철새들 잠시 쉬어가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 이어

'람사르습지' 등으로 지정도

태평염전에서는 소금 생산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수확철인 3~10월 중순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태평염전에서는 소금 생산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수확철인 3~10월 중순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




취재를 나선 길에 마주친 논바닥은 모두 쩍쩍 갈라져 있었다. 저수지도 바닥이 드러나 낚시 좌대들이 물이 아닌 흙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이번주에는 다행히 연이은 단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가뭄에 타들어갔던 농심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으련만 충분한 해갈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물섬으로 유명한 신안군의 상징은 여러 개 더 있다. 그중 하나가 소금이다. 소금이 유명한 만큼 그것을 생산해내는 염전 또한 상당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염전이 밀집돼 있다는 증도로 차를 몰았다.

신안군에 염전이 밀집한 것은 리아스식 해안에 바다로 흘러드는 강과 하천이 갯벌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한때 ‘국토를 확장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산을 깔아뭉개는 간척사업에 그 면적이 감소했지만 이제 갯벌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소중한 자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명예 회복에 성공한 갯벌은 펄갯벌과 모래갯벌·혼합갯벌로 구분된다. 위치에 따라서는 해변갯벌과 하구역갯벌로 구분하기도 한다. 육지에 둘러싸여 있지 않은 해안에서는 모래갯벌이, 육지에 둘러싸여 있는 해안에서는 펄갯벌이 발달하는데 이곳에서는 갈대·나문재·칠면초·천일사초·갯잔디 등이 군락을 이룬다. 이 중 갈대는 수질 정화와 부영양화 억제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또 황새·저어새 등 겨울 철새들의 서식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평염전에서는 소금 생산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수확철인 3~10월 중순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태평염전에서는 소금 생산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수확철인 3~10월 중순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


갯벌이 형성되려면 육지로부터 퇴적물들이 유입될 수 있는 강이나 하천이 바다와 접해 있어야 한다. 하천은 토사를 운반하면서 육지로부터 영양분과 바다 생물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을 갯벌로 운반한다.


하지만 이토록 넓은 갯벌이 생겨나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밀물과 썰물이 억겁의 시간 동안 교차하고, 임무를 교대하면서 물밑을 다지고, 진흙을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장구한 세월 동안 자연이 형성한 우리나라 갯벌의 면적은 2,800㎢. 전 국토의 3%에 해당한다. 갯벌은 강물과 바닷물의 만남을 일단 말리면서 여과하는 완충 기능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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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소중한 갯벌 천국 증도에 염전이 생긴 것은 195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징검다리로 건너다니던 전(前)증도와 후(後)증도 사이의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조성한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신안군 증도의 260㏊에 달하는 태평염전은 단일 염전으로는 그 규모와 생산량에 있어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이곳 태평염전은 무공해 천일염을 연간 4,000톤씩 생산하는데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증도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슬로시티와 람사르습지,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승민 신안군 주무관은 “2008년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2009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인 2010년 10번째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며 “이어 2011년에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는 등 경사가 해마다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증도의 아이콘은 뭐니 뭐니 해도 이 광활한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이다.

염전을 따라 길가에 줄지어 선 소금창고들.염전을 따라 길가에 줄지어 선 소금창고들.


소나 금(金)처럼 귀한 물건, 또는 작은 금이라는 말에서 ‘소금’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듯이 소금의 소중함은 동서를 관통한다. 이는 월급을 의미하는 ‘샐러리(salary)’가 소금으로 지급되던 급여에서, 병사라는 의미의 ‘솔저(soldier)’가 임금을 소금으로 받는 사람들이라는 데 기원을 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인간의 노동은 엄혹하고 숭고하지만 그렇다고 햇볕과 바람, 갯벌과 바닷물의 도움 없이 만들어낼 수는 없다. 바닷물을 저수지에 가둬서 증발지로 보내고, 소금이 포화된 짠물을 결정지로 보내 채염을 하고, 수분을 빼내 보관한 후 포장해서 판매하기까지 짧게는 25일에서 길게는 29일 동안 인간의 노동이 수반되지만 같은 기간 작렬하는 태양과 젖은 소금을 말리는 바람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증도의 염전이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이라면 태평염전은 한 사람의 집념에서 비롯된 산출물이다. 원래 이곳 염전들은 국가 소유였다. 1953년 조성된 후 민영화돼 대평염업이라는 간판을 걸고 운영되던 증도 염전의 경영이 악화하자 손말철 회장이 이를 인수, 태평염전(근대문화유산 360호)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리고 그는 불과 2년 만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140만평의 염전을 일궈냈다. 태평염전에서는 소금 생산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수확철인 3~10월 중순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 /글·사진(신안)=우현석객원기자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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