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납 합천에서 초등생 아들을 인질로 잡고 엽총 인질극을 벌인 40대가 21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 50분께 김모(41) 씨는 경남 합천군 대병면 황매산터널 입구에서 자수했다. 김 씨는 미성년자약취유인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일 오전 9시 30분께 고성 집에서 타지에 사는 전처와 전화로 다툰 뒤 “아들과 함께 죽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후 학교에 있던 아들을 데리고 나와 오전 10시 20분께 진주의 한 지구대에 보관 중이던 엽총을 출고한 뒤 오후 2∼3시께 합천으로 넘어왔다.
경찰은 이미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A 씨 전처와 아들 담임교사로부터 신고를 받고 무장한 채 주변 수색에 나선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경찰관 2명이 탄 순찰차가 오후 5시께 합천호 주변 야산에서 엽총을 들고 아들과 걸어가던 A 씨를 발견했다.
순찰차를 본 A 씨는 엽총 1발을 쐈지만, 다행히 빗나갔다. A 씨는 경찰관들을 위협해 차에서 내리게 하고 본인이 탔지만 차 키가 없는 것을 알고 무전기를 사용해가며 1차 대치를 시작했다.
뒤이어 형사들이 탄 다른 차량이 산 쪽으로 갔지만, A 씨가 발사한 엽총에 바퀴를 맞았다. A 씨는 협상을 요구하는 형사에게도 엽총을 여러 발 발사했다.
A 씨 주변에 있던 경찰들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A 씨 동선을 쫓았지만, A 씨는 이 과정에서 마주친 구급차 1대를 탈취했다.
구급차를 타고 봉산면 쪽으로 이동하던 A 씨는 오후 6시 30분께 순찰차가 앞을 가로막자 “차 키를 뽑지 말고 내려라”며 엽총으로 위협, 순찰차를 타고 도주했다.
A 씨는 그러던 중 자신을 막아선 형사 기동대 차량을 들이받고 다시 도주하다가 민간인 소유 화물차까지 빼앗았다.
잇단 차량 탈취 과정에서 A 씨가 엽총을 발사한 횟수만 8번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급차에는 2명, 트럭에는 1명, 순찰차 등에 형사 여러 명이 탑승하고 있어 위협을 받긴 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 씨는 당일 오후 7시께 황매산 터널 근처에서 경찰에 막히자 아들을 데리고 대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아들과 경찰관에게 엽총을 겨눴다.
아들을 오후 10시 20분께 풀어준 이후에도 A 씨는 전처를 보내달라며 엽총으로 자기 몸쪽을 겨누고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 측은 “아이 안전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A 씨를 섣불리 제압하기보다는 고착(포위)시키는 데 주력했다”면서도 “다만,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A 씨가 황매산 터널에 도착했을 즈음인 오후 7시 10분께 대기하던 순찰차 쪽에서 권총 한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량 탈취 또는 대치 과정에서 경찰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줄곧 총구를 겨눈 A 씨는 엽총을 총 10여 발 쏜 것으로 확인된다”며 “A 씨를 최종 검거할 때까지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설득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아들을 풀어준 뒤 경찰과 대치하던 A 씨를 설득한 끝에 자수 의사를 확인하고, 이날 오후 3시 50분께 A 씨가 트럭에서 내리도록 유인했다.
A 씨는 엽총을 두고 트럭에서 내려 20∼30m가량 걸어간 뒤 경찰에 순순히 검거됐다.
경찰은 A 씨가 갖고 있던 엽총을 압수했다.
경찰은 합천경찰서로 연행한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다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오는 6일 오전 이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