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靑 "금융공기업 인사 원점서 재검토"

참여정부 인사시스템 가동

사실상 인사동결…검증 돌입

수장도 줄줄이 물갈이 예고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시절의 인사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하면서 금융공기업 인사가 사실상 정지됐다.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자 공공기관 인사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해 정권의 코드에 맞춘 인사를 낙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가 금융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함에 따라 인사수석실이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따지기 위해 돋보기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감사를 비롯한 임원에 대한 인사도 동결하고 추천을 받아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정권의 색채를 띤 인물들은 배제하고 새로운 후보군으로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교체 예상 금융공기업.금융기관 수장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주요 금융공기업과 금융기관 감사를 비롯한 임원 인사는 기관장들이 임의적으로 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고 CEO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존안 자료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 역시 “대외적으로 참여정부 시절 인사시스템 재도입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권 교체에 따라 금융공기업 인사를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인사수석실이 감사와 임원에 대한 추천과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다”며 “사실상 인사 동결 수준으로 금융위원회가 하는 일은 청와대에 후보군을 추천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금융공기업 인사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함에 따라 금융 관련 기관의 수장들이 줄줄이 교체되는 인사 쓰나미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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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받는 곳은 최대 금융공기업인 KDB산업은행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석좌교수 출신이다. 산은의 구조조정이 미진했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관료보다 민간 전문가가 수장에 올 수도 있다. 관료가 오면 정은보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이사장도 교체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정찬우 이사장은 임기가 오는 2019년까지로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후보군으로는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유광열 상임위원이 오르내린다.

한국은행 출신인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도 임기가 10월 끝난다. 한국은행 부총재 인선이 끝나면 주금공 사장 자리를 두고 한은 출신과 기재부 관료들이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장이 금융위원장 영전으로 공석이 된 한국수출입은행과 마찬가지로 행장이 비어 있는 서울보증보험도 줄줄이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 부위원장과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이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협은행의 경우는 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 출신 인사와 내부 승진도 거론되고 있어 행장을 정하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협회장들도 교체를 앞두고 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당장 다음달 임기가 끝나고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도 각각 올해 11월,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협회장들은 모두 회원사 총회에서 결정돼 민간 인사가 오를 수 있지만 새 정부 초기라 정권 창출에 기여한 캠프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현호·구경우기자 hhlee@sedaily.com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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