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세계적 문학상 향한 신랄한 뒷담화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도코 고지 외 지음, 현암사 펴냄



매년 가을이 되면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하는 스웨덴 한림원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에선 고은 시인, 일본에선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을 두고 온 미디어가 들썩인지 이미 수년째다. 노벨 문학상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선 책 좀 읽는 사람인 체 하려면 ‘채식주의자’를 꼭 한 권 사두는 풍속이 생겼고 국내에 소개되는 상당수 해외 문학 서적의 소개 문구에는 반드시 수상 내역이 따라 붙는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대관절 이 상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현암사)에서는 세계 문학에 대한 지식으로 중무장한 번역가, 서평가, 소설가, 시인, 문학자 등 문학계 주요 인사들이 세계 최고의 문학상과 수상작, 상을 잘못 받은 작가, 상을 받았으면 하는 작가들을 차례차례 도마에 올려놓는다.


책에서 다루는 상은 노벨 문학상, 맨부커상, 콩쿠르상, 퓰리처상,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 등 총 8개. 상의 의미나 위상을 진지하게 다룬다면 흥미로울 턱이 없다. 오히려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반드시 엿들어보고 싶은 전문가들의 뒷담화에 가깝다. 가령 노벨 문학상을 두고 이들은 “유럽, 특히 북유럽의 가치관에 맞는 작품이나 작가가 우선적으로 선별되며 이 때문에 재미있거나 전위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보다는 이상주의나 인도주의 같은 비교적 고전적인 주제를 다루는 작가가 유리하다”고 꼬집는다. 말 그대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당대 최고의 작가는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 문학 서적 띠지에 주로 등장하는 아쿠타가와상은 일본 최고의 문학상일까. 이에 대해 이들은 “문학 업계의 입사시험 같은 상” “이 상을 계기로 열심히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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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문학이란 작가가 서재에서 또박또박 써내려간 것을 독자 홀로 한 행씩 읽어가는 수수한 행위지만 전 세계에서 책이 대량으로 나오는 시대에 문학상은 어떤 책을 읽을지 선택에 도움을 주는 힌트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의 수다는 맛깔나다 못해 맵고 신랄한데, 대화를 지켜보다 보면 당장 읽고 싶은 독서 리스트가 만들어질 것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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