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정보기술(IT)주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가 2·4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정학적 우려와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시장이 하락한 가운데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소폭 하락하며 선방한 반면 LG전자는 시장 기대치를 밑돈 실적에 급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호조에 모바일 부문까지 살아난 삼성전자의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을 높게 평가했지만 LG전자에 대해서는 이익 모멘텀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42%(1만원) 내린 239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개장 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외국인의 투자심리 탓에 하락 폭을 줄이는 데 만족했다. 외국인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395억원을 내다 팔았고 삼성전자 주식도 735억원 순매도했다.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증권가는 이날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목표 주가를 잇따라 높였다. 하이투자증권이 29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미래에셋대우도 270만원으로 올렸다. 수급 요인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겪었을 뿐 실적개선 흐름이 여전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실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고 갤럭시S8 출시 효과에 모바일 사업부문도 3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 상승의 날개를 달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에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은 15조2,000억원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모바일 부문이 살아나고 있는 점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은 LG전자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LG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15%(3,200원) 하락한 7만3,900원에 장을 마쳤다. LG전자는 장 초반부터 2%대 하락세를 유지하다 장 마감 직전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 LG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55.42%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못지않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날 2·4분기 영업이익이 6,641억원으로 시장 예상치(7,000억원)를 크게 밑돈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3·4분기에도 이익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며 향후 주가 상승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강점인 가전 성수기가 지나갔고 휴대폰 사업도 G6 흥행 부진에 앞으로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이익 모멘텀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