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을 제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대협정(EPA) 타결에 이어 11개국 간 TPP 발효를 위한 협의를 주도하는 등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PP 참여 예정인 11개국이 오는 12~14일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미국을 빼고서라도 TPP를 발효할 수 있도록 기존 협정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벌인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11개국이 구체적인 협약 내용을 두고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의에서 11개국이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보는 부분은 ‘발효 요건’이다. 기존 TPP는 발효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12개국 중 국내총생산(GDP) 기준 85% 이상을 차지하는 6개국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다. 미국은 12개국의 GDP 중 60%를 차지하고 있어 이 부분을 바꾸지 않고서는 TPP의 발효가 불가능하다.
신문은 이번 실무 협의 개최가 TPP를 부활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성사됐다고 평가했다. TPP는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PP 탈퇴를 선언한 후 공중분해될 위기에 몰렸으나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뉴질랜드 등이 주도해 11개국만 참여하는 TPP 논의가 재개됐다. 통상 교섭은 하나가 타결되면 다른 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도미노 효과’가 있어 일본에서는 6일 합의된 EU와의 EPA가 이번 TPP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돌고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이 TPP에서 미국이 빠졌다는 이유로 관세 등의 문제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호주는 개별 협상 내용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수습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협상 유지를 호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