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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구려 유적지 가보니] 하나둘 사라져가는 성벽터..."南·北·中 공동연구 시급"

中, 관광개발·댐 건설 등 영향

대부분 고분군 수몰·벽화 훼손

발굴·보존작업 협력 서둘러야

중국 정부는 고구려 문화재에 대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문화재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호텔과 도로 등 관광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사진은 말끔해진 지안 시내. /서은영기자중국 정부는 고구려 문화재에 대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문화재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호텔과 도로 등 관광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사진은 말끔해진 지안 시내. /서은영기자


랴오닝성 환런(桓仁)과 지린성 지안(集安)은 동북공정 사업이 본격화된 지난 2000년 이후,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2004년을 기점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선양공항에서 지안까지 차로 15시간 이상 걸리던 거리가 고속도로가 놓이면서 6시간 이내로 단축됐고 현재도 주요 루트를 따라 고속철이 놓이고 있다. 각 유적지를 둘러싸고 있던 민가들을 한꺼번에 이동시키고 역사지구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고급 관광호텔을 짓고 도로와 보행로를 정비해 도시경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른 아침부터 환경미화원들을 배치해 쓰레기 한 점 찾아보기 힘든 거리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 불과 10년 전 이렇다 할 호텔도 없었던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반면 고구려 유적지들은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흘승골성과 쌍을 이루던 평지성터로 비정되고 있는 하고성자 지역은 마을이 자리 잡은 후 그나마 남아 있던 성벽터마저 자취를 감췄고 일부 민가들은 성곽 토대 위에 지어지기까지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표지석은 슬레이트 벽 뒤로 밀려났다. 고광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1998년 중국 정부가 서벽의 분단에서 지표조사를 실시했지만 단 15일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이 일대는 방치되다시피되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지역 역시 한중 공동연구가 시급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고구려 초기 평지성인 졸본성으로 추정됐던 중국 환런 하고성자촌에는 현재 마을이 조성돼 있다. 마을 초입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주요 보존구역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됐으나 현재는 슬레이트 벽에 가려져 있다. /서은영기자고구려 초기 평지성인 졸본성으로 추정됐던 중국 환런 하고성자촌에는 현재 마을이 조성돼 있다. 마을 초입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주요 보존구역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됐으나 현재는 슬레이트 벽에 가려져 있다. /서은영기자


환런댐 건설 이후 오녀산성과 훈장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던 대다수의 고분군과 마을은 수몰됐고 현재로서는 그 터를 찾아볼 수조차 없다. 특히 이 지역은 광개토대왕릉비에서 첫 도성터로 지목하고 있는 오녀산의 서쪽으로 고구려 초기 평지성일 가능성이 열려 있는 지역인 데다 수몰 전에도 고구려 건국 전후부터 4~5세기까지 고구려 유적이 많이 발견된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지만 지금은 물 아래로 자취를 감춘 셈이다.


2004년부터 공개하고 있는 지안시 우산하고분군에 자리한 오회분 5호묘의 무덤벽화 역시 이미 훼손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습도에 더해 관광 인파에 노출되면서 결로와 백화현상이 두드러졌고 어두운 실내 공간을 비추기 위해 전등을 설치한 부분에서는 이끼가 피어올랐다. 공개한 지 불과 10여년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훼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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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북한 역사학계가 공동 연구를 하고 유적지 복원·발굴도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연구위원은 “만주 일대는 한민족의 뿌리인 고구려가 나라를 세우고 발전의 기틀을 다졌던 지역이지만 지금까지 국내 학계에는 발굴·보존 작업은 물론 학술적 접근마저 차단돼 있었다”며 “지금부터라도 남북한과 중국이 상호 협조하에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동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술교류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런·지안=서은영기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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