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에너지 분야에도 불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에너지의 생산·유통·저장·소비 등 전 과정과 융합하면서 ‘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해낸다. 에너지 신산업 창출의 핵심은 ‘에너지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에너지 절감은 물론 효율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공장과 건물 등 주요 부문에 센서를 설치해 전기·가스 등의 에너지 사용량 및 설비 효율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체계적으로 공장·건물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 독일 지멘스는 IoT 기술과 센서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공장 운영 현황과 생산 공정을 분석하는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구축했다. 제품의 불량률이 낮아지고 생산성은 여덟 배 상승한데다 30%의 에너지 절감률을 보였다. 일본 아즈빌사는 복합업무 빌딩에 1,000여개의 센서를 설치해 연간 관리비용의 63%를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600여개사에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우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에너지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건물 및 산업체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 에너지 비용을 기존 대비 61%까지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을 국내 건물의 10%에만 적용해도 원전 7기 규모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전원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데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때 입지 선정이나 설치용량 산정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구글의 ‘선루프 프로젝트’는 구글 맵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기상 데이터,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태양광 설비의 설치 조건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싶은 소비자가 건물의 주소만 입력하면 적정 용량, 예상 발전량 및 절감액 등을 미리 산출해준다. 미국 스템사는 빅데이터를 결합한 ESS를 공급한다. 건물 소유주의 에너지 사용 패턴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예측해 전력을 공급하거나 저장함으로써 약 5~15%의 비용을 절감한다. 또 빅데이터 분석으로 흩어져 있는 여러 개의 다양한 분산전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가상발전소(VPP)도 스마트한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발전소의 설비 고장이나 오류를 예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미래형 디지털 발전소’에도 빅데이터는 필수적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 진단 및 검사, 에너지 사용량 신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자금 지원 등 공단의 사업으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연계해 빅데이터화하고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고효율 에너지 설비의 설치를 희망하거나 노후 설비 교체가 필요한 기업들에 적기에 자금을 지원한다. 여기에 건물의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성능을 진단해 에너지 절감을 실현하는 ‘건물 에너지 통합진단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공공건물 에너지 통합 관리 시스템’도 개발해 웹 기반으로 약 18만동의 공공건물 에너지 관리를 일원화하고 건물의 정보와 에너지 사용 특성에 따른 맞춤형 솔루션과 정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나아가 민간·공공 네트워크를 강화해 전기·석유·가스 등 에너지원별 또는 기관별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총망라한 ‘에너지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뛰어난 ICT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역시 빅데이터의 잠재적 활용 가치가 매우 크다. 에너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해 세계 빅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고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 모델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