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행을 표방하고 나선 카카오뱅크가 이달 말 출범을 앞둔 가운데 중국 업체인 텐센트와 알리바바 간 갈등으로 발목이 잡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려면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와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되는데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주요 주주로 중국 내 ‘견원지간’으로 꼽히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각각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자칫 중국 주주들의 갈등 등 주주들의 리스크 때문에 국내 업체인 카카오뱅크가 피해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비록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카카오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하기 때문에 카카오 앱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앱 내에서 간편결제·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1·4분기 가입자는 1,450만명으로 웬만한 시중은행의 비대면 채널 고객 수보다 2배가량 많다. 현재 누적 결제액은 1조7,000억원이고 결제 가맹점은 1,800여개에 이른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페이와 합쳐지면 케이뱅크 돌풍 이상의 시너지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지난 2월 카카오페이에 2억달러(약 2,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는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텐센트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4%를 갖고 있으며 카카오뱅크를 주도하는 카카오의 2대 주주(8.28%)다. 카카오에는 피아오얀리 텐센트게임즈 부사장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일 정도로 경영에 입김을 넣고 있다.
게임과 메신저 기반으로 성장한 텐센트와 전자상거래 기반으로 성장한 알리바바는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각자의 영역을 침해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특히 서로의 서비스를 따라 하거나 방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아 언론 등에서는 견원지간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관계가 최악이다. 실제 텐센트는 알리바바가 세뱃돈을 주고받는 ‘훙바오 서비스’를 복제해서 내놓자 자사 메신저인 위챗에서 이 서비스를 차단한 바 있으며 알리바바는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 티몰(T몰)에서 텐센트의 위챗페이의 결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갈등이 카카오 내에서도 충분히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협력 시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 협력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가 앞으로 은행의 여러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경우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자사 것을 독점 취급해줘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나 카카오페이 측은 최대한 많은 시중은행의 서비스와 상품을 담아야 유리하다. 이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양 사의 중국 주주 간 견제가 갈등으로 불거지면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알리바바가 카카오뱅크의 경쟁사인 케이뱅크에 알리페이인베스트먼트를 통해 4%의 지분을 보유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협력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카카오뱅크는 기대보다 성장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올해 초 분사하면서 투자를 서둘러 클로징하다 보니 계열사 간 이해 상충 가능성을 충분히 계산하지 못한 것 같다”며 “중국 내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신경전이 한국으로 옮겨붙어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중국 주주의 영향권에 직접 놓이면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당국 등이 세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권형기자·지민구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