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만 코레일 사장의 인생 궤적을 보면 ‘철도 기업의 수장’이라는 타이틀과는 색다른 이력이 눈에 띈다. 대학 시절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석·박사는 다시 이과로 넘어가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행정고시 합격은 물론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땄고 한때는 마라톤에 심취하기도 했었다. 정보기술(IT), 디자인 분야에도 조예가 깊어 홍 사장이 발표할 때는 전문가 수준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만들어온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홍 사장은 코레일에 취임한 뒤 철도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창의적 경영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철도 산업에 디자인과 IT를 접목해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말단 직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모두 모여 끝장토론을 벌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의 방식을 선호한다.
홍 사장은 “구글과 애플·알리바바는 조그만 조직으로 시작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2만8,000여명의 대규모 조직과 15조원 규모의 철도 자산을 가지고 있는 코레일이 혁신 마인드를 갖추면 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의 창의 경영의 파워는 디자인센터에서 나온다. 취임 전 5명 규모였던 디자인 인력은 28명의 디자인센터로 대폭 확대됐다. 홍 사장의 디자인 별동대는 철도예약 애플리케이션 ‘코레일톡+’부터 광명KTX 셔틀버스, 직원들의 유니폼, 디지털 호차 안내판, 서울역 직결 환승센터, 태블릿형 자동발매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혁신을 이끌고 있다. 홍 사장은 “철도 산업에 디자인이 접목되니 고객들과 직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고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디자인센터가 최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디자인전문가포럼에서 한국 철도의 혁신 사례를 발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혁신 경영 성과를 보기 위해 올 11월에는 한국에 KTX 기술을 이전했던 프랑스 국영철도(SNCF)의 기욤 페피 사장이 거꾸로 코레일을 견학할 예정이다. 홍 사장은 “코레일이 부채가 많고 직원들이 방대하다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지만 꾸준히 경영 혁신에 나선다며 세계적인 교통종합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