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두 번째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회사가 탄생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국내 반도체 업계가 대만 TSMC가 지배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SK하이닉스는 10일 파운드리 전문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공식 출범하고 시스템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동부하이텍에 이어 두 번째로 파운드리 전문회사가 탄생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세계 4위의 매출 규모를 갖췄지만 종합 반도체기업(IDM)으로서, 순수하게 위탁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기업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자회사 분사를 통해 다양한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며 고객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는 이날 충북 청주사업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파운드리 전문회사로서의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초대 사장은 출범식에서 “공정과 기술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을 다변화해 수익성 기반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200㎜ 파운드리 업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로부터 도면을 받아 고객이 원하는 반도체를 맞춤 제작해주는 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일반적인 메모리 사업에 특화된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독자 경영체제 구축을 준비해 왔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는 앞으로 200㎜ 웨이퍼 공장(M8)에서 CMOS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칩(PMIC) 등을 위탁 생산하게 된다. 생산 규모는 웨이퍼 투입 기준 매달 8만장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장 잠재력인 큰 분야에서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며 빠르게 고객 확보 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의 성공은 결국 ‘기술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순수 파운드리 기업 가운데 세계 9위의 규모인 동부하이텍은 세계 시장에서 전력관리칩 제작을 석권하며 지금의 안정적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가 얼마나 고부가가치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고, 많은 글로벌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사업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윤홍우·신희철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