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주공7단지(7-1) 재건축에도 주거 부문 최고급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박창민 대우건설 대표가 지난 3월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내세운 ‘과천 유일의 푸르지오 써밋 단지’ 약속을 뒤집는 것이어서 고급 브랜드의 희소성을 원하는 재건축조합 주민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주공7-1 재건축조합에 과천 주공1단지 수준의 설계·자재를 적용하면 새로 지어질 아파트 브랜드를 푸르지오 써밋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합으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해 브랜드 변경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공7-1 재건축조합은 오는 9월 조합 총회를 열어 해당 내용에 대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할 계획이다.
주공1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총 1,571가구(일반분양 509가구)를 짓게 되며 도급 금액은 4,145억원 규모다. 앞서 지난해 2월 대우건설이 도급 금액 3,067억원으로 수주한 주공7-1단지는 1,317가구(일반분양 590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대우건설이 주공1단지 시공사에 선정된 직후 주공7-1 재건축조합은 “비슷한 조건·입지의 단지임에도 주공1단지에만 상위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반발하며 “7-1구역의 새 아파트에도 푸르지오 써밋을 사용하거나 다른 새로운 상위 브랜드를 사용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대우건설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3개월 만에 주공7-1 재건축조합의 요구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결국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당하게 된 주공1단지 재건축조합도 불쾌한 상황이 됐다. 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약속을 지키기를 기대하지만 다른 단지의 브랜드 적용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우건설의 수주 활동이 올 하반기 예정된 매각 작업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고급 브랜드 입지를 인정받는 서울 강남 지역 정비 사업 수주를 위해 ‘준강남’으로 불리는 과천 정비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국내 주요 건설사들 중 가장 많은 총 2조2,000억여원 규모의 정비 사업 6건을 수주했으나 서울에서는 행당7구역, 신림2구역(롯데건설 공동 수주) 2곳에 그쳤다. 롯데건설이 올해 서울 강남에서만 재건축구역 2곳(대치 구마을2, 방배14)을 수주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건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우건설처럼 별도의 아파트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은 사업 수주를 위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브랜드의 아파트단지라도 입지가 우수한 곳에 있다면 가치가 드러나기 때문에 굳이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