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64년에 걸친 서울 용산 시대를 마감하고 평택 시대를 열었다.
미 8군사령부는 11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지어진 신청사에서 공식 입주 행사를 갖고 올해까지 주요 부대를 평택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2사단을 포함해 모든 부대를 캠프 험프리스에 모을 예정이다.
평택기지 면적은 1,467만7,000㎡(444만여평)로 여의도(290만㎡·87만여평)의 5배에 이른다. 해외 미군기지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주한미군 평택 기지는 인근에 오산 미 공군기지 및 평택항과 연결되고 기지 내외부를 연결하는 철도시설까지 완비, 유사시 병력과 물자를 수월하게 집결시킬 수 있다.
미 8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은 한미 양국이 진행하는 대규모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의 일부다. 양국은 올해 안으로 대부분의 주한미군 재배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우선 연말까지 주한미군사령부가 입주한다. 주한미군 이전 사업은 1990년 한미 양국의 기본합의서 체결로 시작됐지만 2003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합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전국 91곳에 흩어진 미군 기지를 평택·오산의 중부권과 대구·왜관·김천의 남부권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미군 기지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해 전체 면적도 2억4,197만㎡에서 7,675만㎡로 줄어든다.
주한미군은 대부분 병력을 한강 이북에서 이남으로 옮기지만 한강 이북의 주요 훈련장은 그대로 두고 계속 사용함으로써 최전방에서 북한군과 맞설 의지를 과시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도 동두천시에 주둔하는 210 화력여단은 전시작전권 이양 시기까지 잔류하며 대북 억지 전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 예산은 용산 기지를 평택을 비롯한 다른 곳으로 옮기는 YRP(Yongsan Relocation Program) 사업(예산 8조9,000억원)의 경우 한국 정부가 부담하고 의정부·동두천 기지를 이전하는 LPP(Land Partnership Plan) 사업(7조1,000억원)은 미국이 부담한다.
주한미군이 떠난 기지는 한국 측에 반환돼 재개발된다. 용산 기지가 대규모 공원으로 거듭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지 매각 대금은 기지 이전 사업 자금으로 쓰인다. 미 8군이 입주하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주한 미 제 2항공여단 본부가 있던 기지로 미군 기지 이전 사업을 통해 약 3배로 확장됐다.
평택 기지가 완성되면 학교·상점·은행·운동장 등 미군과 가족을 위한 시설도 포함해 513동(한국 측 226동, 미국 측 287동)의 건물이 들어선다. 미군 자녀들이 다닐 초·중·고교는 이미 문을 열었다. 주한미군은 새로운 둥지가 될 평택 기지에 대해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지금까지 봐온 해외 미군 기지들 가운데 가장 크고 제일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성공적인 기지 이전에도 한미 양국 간 풀지 못한 과제가 남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한미 양국 합의로 용산 기지에 잔류하도록 한 한미연합사령부의 규모와 청사 신축 비용 분담 문제, 기존 미군 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군 측은 최근 한미연합사령부도 평택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300㎜ 방사포의 타격권 내에 있다는 점도 평택 기지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최대 사거리 200여㎞에 이르는 300㎜ 방사포는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발사하면 주한미군 평택·군산기지를 비롯한 우리 군의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주한미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기지에 성능 개량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증강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