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 정치권 '포스트 브렉시트' 논의, 시작부터 삐걱

메이 '대폐지법' 발의 앞두고

협치 요청 연설안 알려지자

"스스로 약점 광고하는 꼴"

보수당 내 강경파 거센 반발

노동당도 조기총선 요구하며 거절

심의서 '입법 전쟁' 수준 논란 예고





AFP연합뉴스AFP연합뉴스


‘포스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체제 논의와 함께 영국 정치권의 혼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법을 영국법으로 대체하는 틀인 ‘대폐지법’ 발의를 앞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1야당인 노동당에 협조를 요청하자 보수당 내 강경파는 ‘하드 브렉시트’ 기조를 수정하지 말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노동당도 메이 총리의 협조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등 브렉시트 이후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논의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메이 총리가 13일로 예정된 대폐지법 발의를 앞두고 노동당에 협조를 구하는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수당 내 강경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보수당 소속 전임 장관은 “스스로의 약점을 널리 광고하는 행위”라고 메이 총리를 비난했다.

보수당 내 강경론자들의 이 같은 반응은 메이 총리가 노동당과의 타협을 위해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사실상 포기하는 내용의 대폐지법을 발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폐지법은 EU법이 영국법에 대해 우위를 점한다고 규정한 현행 유럽공동체법을 폐지하고 영국에 적용됐던 EU법을 그대로 전용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을 구성하는 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현행 EU법상 EU 관련 규제가 1만2,000건에 달하는데다 유럽사법재판소(ECJ)나 EU 집행위원회(EC) 등 기존 EU법이 규정하는 기구들을 그대로 인정할지, 혹은 그에 상응하는 기관을 자체적으로 신설할지를 두고 정치권이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폐지법이 EU의 기존 제도를 얼마나 존치시킬지에 따라 사실상 하드 브렉시트와 소프트 브렉시트의 노선이 결정되는 만큼 양 진영은 13일 공개될 대폐지법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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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고수해왔지만 보수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폐지법 입법절차에 난항이 예상되자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나선 모양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 이슈에 대해 가능한 한 넓은 부분에서 합의를 이뤄내기를 원한다고 본다”며 야당과의 협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노동당 등 야당은 메이 총리의 ‘협치’ 요구를 완강히 거절하며 메이 총리에게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타협을 내세우면서도 ECJ로부터의 사법권 독립,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탈퇴를 타협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지정해놓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장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레드라인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데미언 그린 국무조정실장은 EU 공식탈퇴 시기인 오는 2019년 3월 이후 과도기간에는 ECJ가 영국에 적용되는 재판을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폐지법이 발의되기 전부터 영국 정치권에서 파열음이 불거지면서 대폐지법 심의과정에서 영국 정치권이 대대적인 ‘입법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과정에서 하드 브렉시트에 회의적인 영국 상원이 하원 입법안에 반기를 들거나 보수당 내 EU 잔류파가 브렉시트 협상이 끝나는 2019년 3월 이후 과도기간을 두기로 하며 노동당과 손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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