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캐주얼의류 업체 애버크럼비앤피치가 불과 두 달 만에 매각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아서 마르티네스 애버크럼비 회장은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모든 연관된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주주들을 위한 회사가치를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 (기존) 사업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모든 매각협상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애버크럼비는 의류체인 익스프레스를 비롯해 경쟁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이글 아웃피터스,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사이카모어파트너스 등과 인수합병(M&A) 논의를 진행해왔다. 애버크럼비가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이날 회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1.1% 급락한 9.59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0년 6월 이후 최저치로 2007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90% 가까이 하락한 액수다. 인수협상자로 나섰던 익스프레스와 아메리칸이글 주가도 각각 5.6%와 3.8% 하락했다.
■‘사실상 매각 실패’ 이유는
패션시장 온라인·SPA 중심 재편
소매업체 투자 매력 떨어진 탓
시장 전문가들은 애버크럼비가 매각을 자발적으로 철회했다기보다 사실상 매각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빠른 배송과 온라인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의류 유통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H&M·자라 등 패스트패션 업체가 발 빠르게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등 패션 산업의 지형이 급변한 가운데 대형쇼핑몰 등에 입점해 오프라인 고객만 상대하는 애버크럼비 같은 의류 소매업체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사이카모어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의류소매업은 여전히 미래가 불확실해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는 제한적”이라며 “매각이 무산된 것은 애버크럼비가 생각하는 회사가치와 잠재적 인수자 측이 제시한 가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NBC는 이번 매각실패로 의류소매 업체들이 한층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때 미국 10대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애버크럼비는 매출부진이 이어지자 타깃 연령층을 넓히고 산하 브랜드 홀리스터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적 추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