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햄버거병' HUS 통계 47배 격차…뭘 믿으라는 건지

질본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으로

6년간 신고된 443명 중 24명 확인"

건보공단 "지난해 187명 HUS 진료"

정보공유·법정감염병 신고체계 보완해야

지난해 국내에서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187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의원에 지급한 건강보험 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2011∼2016년 법정감염병인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에 걸린 것으로 보고된 환자 443명 중 5.4%(24명)가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됐다고 11일 발표했다.


연간 187명과 6년간 24명이란 숫자 간에는 47배의 차이가 난다. 엄청난 괴리는 부실한 법정감염병 관리체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통계 간 특성 달라도 47배 격차는 비정상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6년간 24명은 법정감염병인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에 걸렸다고 병·의원에서 신고한 환자들 가운데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된 경우다. 여기엔 법정감염병 미신고분,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이외의 질환으로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생긴 경우는 빠져 있다. 또 병·의원에서 용혈성 요독증후군 의심환자를 진료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건강보험 급여 지급을 청구→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했다고 해서 이들이 모두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질병관리본부와 건보공단·심평원 통계 간의 괴리는 너무 크다. 건보공단 통계의 3분의1만 진짜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62명)이고 병·의원에서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환자의 4분의1만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고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의 50%가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해도 62명대 32명으로 2배의 차이가 난다.

질병관리본부와 건보공단·심평원 간의 정보공유, 법정감염병 신고체계 보완 등을 통해 괴리를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월별 발생현황(2011~2016년)                                       *자료: 질병관리본부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월별 발생현황(2011~2016년) *자료: 질병관리본부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의 5.4%가 HUS로 진행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87명이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았다. 10세 미만 어린이가 68명(36%)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42명, 60대 16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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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병·의원에서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으로 보고한 443명 중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된 환자는 5.4%인 24명(연평균 4명)에 그쳤다. 71%(17명)는 10세 미만 어린이였다.

증후군은 적혈구가 병원성 대장균(O157, O26, O103) 등의 독소로 인해 파괴된 뒤 콩팥의 여과 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어 기능 손상을 초래한다. 주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지만 세균성 이질균·폐렴구균 등 세균 감염, 유전, 항암제·먹는 피임약 등 복용,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이식거부반응, 임신 등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주요 증상은 미세혈관병증 용혈성 빈혈, 혈소판감소증, 급성 신부전 등이다.

주로 보존적 치료를 하며 40~50%가량은 신장투석 치료가 필요하다. 10% 미만은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하며 치사율은 2~7%로 알려져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은 병원성 대장균(O157, O26, O103 등)에 감염된 식품·물이나 사람을 통해 발생한다. 오염된 소고기 가공 음식물이 가장 흔한 감염원이며 양·염소·돼지·개·닭 등에서도 발견 다. 살균되지 않은 생우유, 오염된 채소·주스·마요네즈·살라미·소시지 등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분변에 오염된 호수나 수영장을 통해 균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감염증은 2~10일(평균 3~4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5~7일간 설사, 심한 경련성 복통 등의 증상이 지속되다 대부분 호전된다. 그러나 용혈성 요독증후군 합병증이 나타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증상은 양이 많거나 피가 섞인 설사가 10명 중 7명꼴로 가장 흔했고 복통 4명, 발열 3명, 구토 2명, 오심(가슴 속이 불쾌하고 울렁거리며 구역질이 나면서도 토하지 못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 1명꼴이었다. 환자의 52%는 10세 미만이었고 69%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5~8월에 발생했다.



감염증을 예방하려면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하고 육류 등 음식을 익혀 먹어야 한다. 채소·과일은 깨끗한 물로 잘 씻어 섭취한다. 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수분 공급, 전해질 교정을 통한 보존적 치료 위주다. 항생제 사용은 용혈성 요독증후군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어 권고되지 않는다. 지사제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환자는 격리에서 해제될 때까지 음식 조리와 간호·간병·보육 등을, 설사 증상이 사라진 뒤 2주간 수영 등을 하면 안 된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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