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AM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의 단단한 입지를 구축한 조권은 뮤지컬 무대에 대한 애정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크수’)로 뮤지컬에 첫 도전한 이후 ‘프리실라’, ‘체스’, ‘별이 빛나는 밤에’, ‘이블데드’ 등 매년 1작품씩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조권은 어느덧 5년차 뮤지컬 배우가 됐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이블데드’ 속 조권은 소위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즐겼다. B급 코미디 좀비 호러 뮤지컬이라는 거부감은 금세 사라지고, ‘스캇’ 조권이란 배우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완벽주의 조권은 ‘캐릭터 옷을 입기까지 고뇌하는 시간이 길다’고 했다.
“연기하는 건 늘 어려워요.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늘 숙제죠. ‘이블데드’ 뿐 아니라 작품 캐릭터 옷을 입기까지 고뇌하는 시간이 길어요. 내 옷을 잘 맞춰서 입어야 하잖아요. 캐릭터가 가진 성향을 내 본질의 성향과 잘 믹스해서 반감이 없이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수선도 해야 하고 잘라야 낼 부분은 잘라야 하고 꿰매야 할 부분은 꿰매야 해요. 대본 리딩부터 해서 분석한 뒤, 런 스루까지 고뇌의 시간을 갖죠.”
‘지크수’ 때부터 열심히 하는 뮤지컬 배우로 소문이 자자했던 조권은 연예인이란 타이틀을 버리고, 같이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자세로 임했다. 이번 ‘이블데드’ 연습 분위기는 어땠냐고 물어보니, 너무도 자연스러운 뮤지컬 배우의 하루 하루를 들려준다.
“초연은 보지 못하고, 영상을 찾아봤는데 호기심이 생겼어요. B급 뮤지컬 ‘이블데드’를 보고 있으면 어이 없어서 나오는 웃음들이 많아요. 사실적으로 보면 잔인한 건 분명한 데 병맛이란 코드가 양념처럼 뿌려져 있달까. 이게 왜 병맛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어요. 이런 좀비물을 뮤지컬로 한다는 것도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연출님(임철형)이 극을 만들어내실지 궁금했어요.
2달간 빡빡하게 텐투텐(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의 연습)으로 연습했어요. 함께하는 배우들도 이렇게 혹독하게 연습하는 거 처음본다는 말을 할 정도로요. 우리끼리 욕하면서 더 사이는 돈독해 지던걸요. 팀워크도 좋아지고 그런 과정이었어요.”
‘이블데드’의 B급 병맛미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특히 ‘스플레터존’이라는 객석도 마련하여 우비를 받아든 관객들이 피를 뒤집어쓰게 하는 등의 과감한 시도로 큰 화제 몰이중이다. 조권은 ‘이블데드’만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스플레터존’존을 마련해놨는데, 쉽게 말해 마음 먹고, 피를 뒤집어쓰겠다는 분들이 찾으시는 좌석입니다. 피를 뿌리신다는 걸 알고 오시는 분들이기에 아예 헌옷을 입고 오시거나, 하얀 소복을 입고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스플레터 마니아들은 피를 골고루 객석에 뿌려달라고 하세요. 피를 너무 많이 뿌려도 안 되고, 한 쪽엔 너무 적게 뿌려도 좋아하지 않으세요. 배우로선 그런 반응들이 재미있어요. 저희 뮤지컬만의 독보적인 아이템이죠. 우비를 쓰고 있는 관객들에게 피를 묻히고 뿌리고...그걸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블데드만 존재하는 병맛미죠. 그런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본인과 싱크로율이 높다고 밝힌 ‘지크수’의 헤롯 왕, ‘프리실라’의 아담 이후 그가 선택한 세 번째 작품은 ‘체스’의 아나톨리다. 비운의 러시아 챔피온에 도전장을 내밀어 진지하고 무게김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 ‘조권의 또 다른 발견’이란 평을 이끌어냈다. 창작뮤지컬이 어떤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서 선택한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조권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B급 좀비 뮤지컬 ‘이블데드’다. 이번 다섯 번째 뮤지컬은 조권의 대학로 첫 진출작으로 의미를 더한다.
친한 선배인 김호영씨 역시 조권의 대학로 행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첫 대학로 공연을 앞두고 설렘이 컸던 조권은 ‘공연의 메카인 대학로’를 구석 구석 탐방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이블데드’ 공연장인 유니플렉스 무대, 대기실, 화장실 모두를 사전탐사 할 정도로 열혈배우였다.
“늘 대학로에서 한번쯤 공연을 해보고 싶었어요. 대극장 공연이 좋다고들 하시지만, 대학로 소극장 공연은 그것만의 느낌이 다르잖아요.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 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어요. 그래서 ‘이블데드’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고, 유니플렉스 사전 답사도 했어요. 관객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공연장인지 알고 싶었거든요. 작품도 작품이지만 극장도 마음에 들어서 더욱 기대됐어요. 그렇게 ‘이블데드’가 저의 2017년 첫 뮤지컬이 됐어요.”
5년차 뮤지컬 배우로 성장중인 조권이지만 아직 언론들은 ‘뮤지컬 배우로서 조권’을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에 조권은 ‘기자들에게 인정 받으려고 뮤지컬을 하는 게 아니다’는 소신을 밝혔다.
“기자들에게 인정받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는 없어요. 오히려 뮤지컬 배우를 하면서 제 터닝포인트는 관객들입니다. 열혈리뷰, 가십리뷰 등 호평이나 혹평 등 다양한 리뷰 글을 봤어요. 저의 노력이 바로 바로 전달되고 있다는 반응이나 리액션이 너무 좋았어요. 부족한 점을 조목 조목 꼬집어주시는 걸 보고 진짜 잘 해야겠다 싶었죠. 제 노력을 인정하는 반응들을 보면서는 조권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조권은 많은 관객들에게 인정 받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했다. “제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 알고 있어요. 언젠가는 인정을 받고 싶고, 그렇게 열심히 해 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면서 지금까지 5작품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작품 수 자체도 턱 없이 부족해요. 앞으로 작품을 많이 하겠지만 프로필이 많이 쌓여가면서 인정받는 조권이 되겠습니다.”
기자가 조권을 뮤지컬 배우로 인정한 건(?) 뮤지컬 ‘체스’를 보면서이다. 조권의 무대에 대해 호불호는 갈렸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냥 재미있어서 뮤지컬에 도전 한 건 아니었네’라는 반응이었다. 그만큼 그에게선 배우에 대한 절실한 꿈이 보였기 때문이다.
정극도 하고 싶고,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틀에 갇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 도전한 작품이 바로 ‘체스’이다. 조권은 “‘아나톨리’ 가 저에겐 가장 큰 디딤돌이 됐다”고 했다.
“대중에게 비춰진 모습과 전혀 다른 인물인 아나톨리 역을 하면서 연기적으로 틀을 깨고 싶었어요. ‘체스’에 도전해서 뿌듯했던 것 같아요. 넘버도 무척 어려웠던 작품인데, “앤섬(Anthem)”이라는 곡에서 저만 마지막 음을 올렸어요. 거기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당시에도 마이클리 형도 그렇고, ‘체스’를 하면 성장해 있을거다고 했어요. 예전보다 마음가짐도 그렇고 성장 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았어요.”
‘뮤지컬 배우 조권’이란 칭호는 아직 어색하다고 말하는 그는 “7~8년차 됐을 때 좀 더 자신있게 제 자신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다기 보단, “빙의를 잘 하는 것 같다”며 겸손함을 내비친 그는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불러주시면 하겠죠.”라며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