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버스 5cm 차이로 제동장치 장착 면제

길이 11m 넘는 차량만 설치…사고버스는 10.95m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8중 추돌사고/보배드림 블랙박스 영상 캡처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8중 추돌사고/보배드림 블랙박스 영상 캡처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낸 광역버스 모델이 정부가 졸음운전 사고 방지대책으로 내놓은 자동비상제동장치(AEBS)·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의무 장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장 11m 이상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는데, 사고 차량의 전장은 10.95m로 단 5cm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버스는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유니시티’다. 유니시티의 전장은 10.95cm. 정부가 지난해 8월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AEBS·LDWS 장착을 의무화한 전장 11m 초과 차량보다 5cm 짧다. AEBS는 주행 중 전방 충돌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차 스스로 감속 또는 정지하는 안전장치다. LDWS는 자동차가 주행하는 차로를 운전자 의도와 무관하게 벗어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장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11m 제한 규정과 관련해 “지난해 봉평터널 사고 이후 만든 대책에서 사고 차량이 11m가 넘는 우등버스여서 여기에 맞춰 기준을 만들었다”며 “고속 주행은 주로 11m 이상 대형버스가 맡고 9~11m 중형버스들은 시내버스로 저속운행하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형버스를 운영하는 버스회사의 경우 영세한 경우도 많아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의 입장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장 11m 미만인 버스는 유니시티를 비롯해 그린시티·슈퍼에어로시티, 자일대우버스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시독 100km로 운행하는 광역버스 혹은 시속 80km를 넘나들며 시내를 주행하는 버스이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고방지 대책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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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존 운행 차량은 7월 18일부터 LDWS를 의무 적용하도록 했고, AEBS는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신규 출시 차량에 적용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11m 미만 버스에 대해서도 AEBS·LDWS 장착 의무화 필요성이 제기돼 대상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날 국토부는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AEBS·LDWS 장착 대상 확대와 버스 운전기사의 휴게시간 보장, 근로조건 보완 등 종합 대책을 논의한다.

지난 9일 서초구 원지동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415.1km지점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버스가 버스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를 달리다 다중 추돌사고를 내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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