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동차산업은 연간 판매 900만대, 세계 6위를 자랑한다. 지난 1968년 배기량 1,597㏄의 작은 자동차가 뿌리다. 이 차에 볼트부터 엔진 실린더까지 공급한 1,000여개의 소공인이 없었다면 세계를 달리는 한국 자동차는 없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우리 소공인은 1970년대 산업화의 한 축을 맡아왔다.
그렇지만 요즘 국민들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작은 규모, 심한 가격경쟁, 발 돌리는 인재… 지난 영광을 떠올리기 어렵다. 이것이 소공인의 한계인가.
소공인이 없다면 개발도상국 부품이 자리를 대신해 품질·납기 문제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명성을 위협할 것이다. 결국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 사유가 늘지 모른다. 4만여개의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크기는 작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소공인은 여전히 많다. 직원 7명의 서울 문래동 소공인 업체는 열 변형 없는 검사장비를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납품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대구의 소공인은 ‘콜드케이싱밴드’라는 독자 주얼리 디자인 제품 수출로 1년 만에 7억원어치를 판매했다.
물론 3년 전 소공인 특별법 제정 후 약 32만개 소공인에 33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연간 정책자금 4,000억원, 연구개발(R&D) 등 사업비 3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의미를 가지려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로 체계화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과거 손맛이 소공인의 경쟁력이었지만 다품종 맞춤형 생산시대에 ‘생각 맛’으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맛을 위해 정부에서 작은 규모의 소공인도 좋은 아이디어라면 저렴하게 설계부터 소규모 제품생산까지 원스톱으로 맡길 수 있는 전국통합생산기지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물론 고가의 금형 제작을 생략하고 다양한 제품을 위해 산업용 3차원(3D) 프린터가 중심이다. 이에 더해 설계, 디자인 소프트웨어(SW)와 전문인력을 갖추고 세계 제품의 데이터베이스(DB)화도 같이하면 좋을 것이다. 원격지의 소공인은 온라인으로 도면을 주거나 영상회의로 상담과 제품 설계를 맡길 수도 있다. 완성된 시제품은 택배를 이용하면 된다.
하나 더. 방문해본 소공인 지역들은 가까운 곳의 같은 수요처에 같은 제품,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어 협력이 어려웠다. 여기에는 소재지를 넘는 공동 수주·생산이 필요하다. 정부의 고도화된 마케팅 지원체계 또한 시급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제조업 부흥은 소공인에 대한 국민의 관심, 가치 창출의 원천인 새로운 아이디어는 내가 지킨다는 소공인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때 우리 산업의 주인공, 그 영광의 귀환이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