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개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또다시 선수를 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한미 FTA 5년간 대미 자동차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었다”며 “모든 가능성을 예단하지 말고 협상에 당당하게 임하라”고 지시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무역장벽을 제거하고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USTR는 다음달 미 워싱턴DC에서 한미 공동위를 열 것을 요구했다. 공동위에서는 한미 FTA 개정을 고려하거나 약정 수정과 조항 해석 등을 할 수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된 후 미국의 대(對)한국 상품수지적자는 132억달러에서 276억달러로 증가했다는 것이 USTR의 분석이다.
협상은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이날 조직개편안 미처리로 인한 통상교섭본부장 부재 등을 이유로 공동위 개최 연기를 미국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정상 우리가 반드시 미국 측의 개정 협상 제안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공동위에서 개정 협상 개시를 결정하려면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북한 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은 FTA 폐기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도 “재협상 합의는 없다”며 수세적으로 끌려다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재협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오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박형윤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