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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 여행기, 이렇게 리얼하니 성공하지

여행기를 다룬 예능프로그램은 많다. 사실상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진행되는 예능프로그램은 거의 여행 예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행은 매회 장소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기 제격이기에 방송계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다.

3회짜리 파일럿에서 어엿한 정규가 된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도 여행을 소재로 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여행을 하는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인데, 이 작지만 큰 차이점이 프로그램을 파일럿에서 정규로 만든 성공요인이 됐다.




/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여행 시켜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튜디오에 있는 한국인 MC 김준현, 신아영, 딘딘이 이들의 여행기를 보고 코멘트를 덧붙인다. 지난달 방송된 파일럿에서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 대표로 활약 중인 알베르토 몬디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알베르토는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미라노에 살고 있는 친구 세 명을 초대했다. 이들은 명동, 홍대, 창덕궁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서울 곳곳을 여행했다. 며칠은 자신들이 세운 계획에 따라, 또 며칠은 알베르토의 인솔에 따라 한국 관광을 이어갔다.

알베르토의 안내 없이 가이드북에 의지해 여행하는 모습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무척 신선한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여행 오기 전 가이드북을 보고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실제로 어떤 것에 만족하고 실망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명동의 경우, 외국인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관광지로 소개되는 곳이지만 막상 세 친구들은 “가게들이 너무 상업적이다”며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명동성당, 청계천 등 다른 볼거리가 많음에도 쇼핑에만 집중한 가이드북의 설명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MC들과 함께 이를 지켜보던 알베르토는 한국 거주 10년차 외국인으로서 명동의 또 다른 매력이 소개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더불어 일본에 비해 자국 음식 홍보에 미진한 국내 관광 홍보 시스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비판했다.

이런 점들이 바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성공요인이었다. 연출을 맡은 문상돈 PD는 서울경제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한테는 일상인 곳을 새롭게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먹혔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낯설게 보기’다.

앞서 방송된 외국인 예능 중 높은 인기를 얻은 KBS2 ‘미녀들의 수다’와 JTBC ‘비정상회담’만 봐도 알 수 있다. 두 방송은 출연하는 외국인도 다르고 매주 다루는 주제도 달랐지만 관통하는 점이 있다. 외국인들이 자국의 문화를 설명하며 한국의 문화와 비교했다는 것이다.


이는 방송을 시청하는 한국인들에게 두 가지 효과를 안겨줬다. 먼저 익숙하기에 인지하지 못했던 한국의 장점을 깨닫게 하면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고취시켰다. 다음으로는 제3자의 시선을 통해 개선해야 할 점을 제시함으로써 고쳐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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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충족돼야하는 조건이 있다. 제작진의 개입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상돈 PD는 “가장 중요한 것은 노터치다”라며 “외국인 친구들이 여행을 할 때 ‘여기 꼭 가야 해’하는 것이 없었다. 그들의 일정을 최대한 건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정적인 이야기도 그대로 내보내려고 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홍보를 더 해야 하는데 아깝다’고 말하는 장면도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 한국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우리의 현주소를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데 가장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사진=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 게스트를 200%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외국인’과 ‘여행’, 어찌 보면 흔하다고 볼 수 있는 두 소재는 리얼리티를 한껏 살림으로써 신선하게 재조합됐다. 그들이 보고 겪고 사유하는 과정에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무수히 많은 여행 예능 중 해외여행이 아닌 국내여행을 다뤘다는 것도 경쟁력이다. 외국인들의 시선을 통해 국내 관광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개선의 여지를 제공했다. 단순히 예능으로서의 성과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 산업의 발전에도 좋은 토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관광 산업은 외화 획득에 아주 효과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고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실제 우리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에, 예능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개선이 된다면 이보다 바람직할 수가 없다.

정규 편성 이후 국내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여행을 이어갈 준비가 돼있다. 우선 정규 첫 게스트로는 멕시코 출신의 방송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가 출연한다.

크리스티안은 알베르토 때와 마찬가지로 고향 친구 세 명을 초대했다. 관광 도시도 서울로 동일하다. 그러나 여행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K팝을 사랑하는 파블로를 비롯해 특색 있는 친구 세 명은 보다 열정적인 여행을 즐겼다는 후문이다.

재미와 교훈을 둘 다 잡은 예능프로그램의 등장이 반갑다. 단순히 흥밋거리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개선할 점을 제시한다는 것에 고맙기까지 하다. 오는 27일 정규 첫 방송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파일럿의 성공요인을 잊지 않고 외국인 여행 예능의 모범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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