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코스피 2,400 넘어 사상 최고] 버핏지수 100 못넘어 여전히 저평가...2,900까지 오를 여력 있다

지수, 수출·채권과 비교해도 매력

나스닥·다우와 동조화도 강해져

회의론 줄고 추가상승 베팅 늘어

FTA 개정협상 요구 등 불안 요인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우려도

13일 코스피지수가 미국 시장에서 불어온 훈풍에 전일 대비 0.75% 오른 2,409.65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시황판 앞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      /권욱기자13일 코스피지수가 미국 시장에서 불어온 훈풍에 전일 대비 0.75% 오른 2,409.65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시황판 앞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 /권욱기자




코스피가 13일 2,400선 고지를 정복했다. 지루했던 박스피 천장을 뚫는 데 6년이 소요됐지만 ‘지수 2,400시대’를 여는 데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증시 격언을 따르는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8개월째 쉼 없이 달려온 주식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상투를 잡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수익 욕구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증시는 공포를 먹고 자란다. ‘내 주식만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공포감에 투자 시기를 놓친다. 외국인과 기관이 강세장에서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추가 상승과 조정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투자자의 몫이지만 각종 지표들은 아직도 한국 증시가 저평가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증시를 국가 경제의 성적표로 봤다. 지난 2001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시기를 막론하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하는 가장 훌륭한 방식(the best single measure)은 그 나라의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GDP 대비 시총 버핏지수’다. 이 기준을 국내 증시에 적용해보면 코스피는 아직 추가 상승의 여지가 충분하다.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549조2,610억원. 지난해 2·4분기부터 올 1·4분기까지 한국의 누적 GDP는 1,657조8,758억원으로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93.45%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렀던 2011~2016년 평균값인 80.76%보다는 13%포인트 정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1배를 밑돌고 있다. 버핏은 이 비율이 100 이하의 증시는 저평가, 120 이상은 과열, 200 이상은 거품으로 진단했다. 올 들어 코스피가 상장사들의 실적 호조에 20% 가까이 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버핏지수’에 따르면 시장 과열을 우려하기에는 약 20%포인트의 여유가 있는데 현시점에서 코스피지수로 환산하면 2,900선이 된다.


굳이 버핏지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시장은 전반적으로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8개월째 접어든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으로 코스피가 단기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수출 대비 코스피 시총 비율은 255.7%로 사상 최고인 293.5%보다 40%포인트 여유가 있다. 주택시장 대비 코스피 시총 비율은 39.5%, 채권시장 대비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주식기대수익률에서 국채수익률을 뺀 값)은 8.2%포인트로 각각 최고치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판단지표 외에 현 시장을 여러 자산시장과 비교해봐도 과열에 대한 부담은 없고 매력적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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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증시가 선진 증시인 미국과의 동조화 현상이 한층 강화된 것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과 관련이 깊다. 코스피는 2012년 이후 선진국과는 멀어지고 중국 증시와 동조화하면서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 주식시장이 감기에 걸린다’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이 같은 흐름은 바뀌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일 신기록을 쏟아냈던 6월부터 전날까지 미국 뉴욕 증시와 코스피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총 28거래일(한국 현충일과 미국 독립기념일 휴장 제외) 동안 S&P500지수·나스닥지수와 코스피는 각각 18거래일의 장 마감 결과가 같았다. 간밤에 미국 뉴욕 증시 결과를 보면 다음날 코스피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현재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은행 업종이 이끌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이들 업종은 주로 S&P500과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이 때문에 뉴욕 증시 결과가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와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는 것은 코스피가 선진 증시의 흐름과 같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미국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 코스피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일각에서는 3·4분기 국내 기업의 실적전망이 기대만큼 높지 않아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전날 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한 것도 증시 불안요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부활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며 “자동차·철강·기계 업종이 사정권에 들 수 있으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온 수출주·경기민감주의 하락 압력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 확대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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