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누적 기준 상시근로자 수 100인 이상 사업장 1만534곳 가운데 임금교섭을 타결한 곳은 3,100곳에 불과하다. 임금결정진도율은 29.4%로 지난해 같은 기간(34.4%) 대비 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2015년 동기(43.7%)와 비교하면 무려 14.3%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올해 상반기 기준 규모별로는 1,000인 이상 대기업이 19.7%로 임금결정률이 가장 낮았고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30.8%로 제일 높았다. 산업별로는 광업,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부문이 0%로 가장 저조했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39.3%로 진도가 제일 빨랐다.
이처럼 임금교섭이 ‘거북이걸음’을 하는 것은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노조의 요구치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몇몇 강성 노조를 제외한 사업장 노조는 3~4월께 요구안을 내놓고 4~5월 사측과 본격 교섭을 벌여 여름휴가철 전인 상반기에 임금교섭을 타결한다”며 “하지만 올해는 대선정국과 맞물려 임금결정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조의 각종 요구사항과 한데 묶여 진행되면서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임금교섭이 계속 지연될 경우 파업 등의 단체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올 하투는 어느 해보다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당장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되자 이날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사회부처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장 노조는 결국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의 영향력 아래 있다”며 “한국노총은 새 정권 창출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은 촛불집회에 각종 인프라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정부로부터 받을 빚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노조가 결국은 그 빚을 기업에서 받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 역시 원만한 합의로 결정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달 29일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각각 1만원과 6,625원을 최초 안으로 제시했던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7월12일 9,570원과 6,670원을 1차 수정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2,900원이라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현재 양측에 2차 수정안을 15일 열리는 11차 전원회의 때 제시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경영계와 노동계 간 입장차를 감안할 때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획기적인 수정안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최고·최저 인상률(촉진구간) 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될 여지가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15.6%가 인상돼야 한다. 올해의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을 7,480원까지 올려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간 협상 실패 시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이 정부 방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익위원은 적어도 인상률 15.6%를 포함한 촉진구간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촉진구간이 제시된 후에도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공익위원은 중재 인상률을 내놓은 뒤 표결에 부친다. 이때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중 어느 한쪽이 퇴장해도 공익위원을 포함해 정족수만 채워지면 의결이 성립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고용부 장관 고시일은 8월5일이다. 이로부터 20일 전인 16일까지 결정돼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정형우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최저임금위 특별위원)은 “새 정부의 목표치(2020년 1만원)를 달성하려면 산술적으로 매년 15.6%가 인상돼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얼마가 될지 가늠할 수 없다. (목표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이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올 하반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 최저임금 산입 방식 등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